예금 증가분 대부분 가상화폐 투자금
대출보단 단기 국공채·통안채로 운용
금융감독원이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뱅크런’ 대비 실태를 긴급 점검한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런이란 은행에서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찾아가는 것을 말한다. 최근 급증한 케이뱅크 예금의 대부분은 가상화폐 거래 목적인 만큼,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해 투자 심리가 악화되면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케이뱅크로부터 예금 운용 현황을 보고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케이뱅크 예금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대부분 가상화폐 관련 예금이었다"며 "예금이 급격하게 늘어나면 그만큼 빠르게 인출될 수 있어 케이뱅크가 이에 잘 대비하고 있는지를 점검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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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의 수신(예·적금) 잔액은 이달 1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3조7453억원에서 4개월 만에 200% 이상 늘어난 셈이다. 신규 계좌 개설 건수도 이달 들어 20여일 만에 100만건을 넘어서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처럼 케이뱅크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가상화폐 열풍 덕분이다. 케이뱅크는 국내 2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제휴를 맺고 있다. 업비트에서 거래를 하려면 케이뱅크의 계좌가 필요하다.
은행은 보통 들어온 예금을 대출 영업에 활용한다. 현금이나 금리가 낮은 투자 상품으로 예금을 보유하고 있으면 돈을 맡긴 고객에게 이자를 주기도, 수익을 남기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 대출 등으로 예금을 운용하는 상황에서 고객들이 예상치 못하게 돈을 대거 인출할 경우 은행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가상화폐 투자를 목적으로 케이뱅크와 거래를 시작한 이들이 대부분인 만큼, 가상화폐 열풍이 사그라지면 케이뱅크 예금도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실제 가상화폐 투자 심리는 최근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은 지난 2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경고가 나온 직후 60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날은 6000만원 선을 회복하긴 했지만, 지난 13일 8000만원대에서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케이뱅크는 아직 다른 은행 대비 대규모 수신을 운용할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우려를 샀다. 지난 2017년 4월 출범한 케이뱅크는 불과 2년 만인 2019년 4월 자본금 확충 문제로 1년 넘게 신규 대출을 중단하다 지난해 7월에서야 영업을 재개했다.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도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한 덕분에 수신과 신규 가입자가 늘었지만, 이들은 운용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돼 이번 금감원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금감원 점검 결과 케이뱅크 역시 수신 증가분 중 가상화폐 투자 목적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뱅크런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율은 낮지만 짧은 기간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릴 수 있는 단기 국공채나 통화안정채권 등을 활용해 예금을 운용 중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는 최근 각종 수신 상품 금리를 0.1%포인트씩 내리는 등 이자 비용 관리에도 돌입한 상황이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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