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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 군부'도 참석한 아세안 회의, "폭력 중단" 합의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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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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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민 아웅 흘라응 미얀마 최고사령관이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한 모습./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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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서 즉각적인 폭력 종식 등 5가지 사항에 대한 합의가 도출됐다. 미얀마 사태가 쿠데타 이후 80여일 만에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걸림돌은 남아 있다.

25일 로이터,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10개국 회원국들은 성명을 통해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폭력 즉각 중단 △건설적 대화 시작 △인도적 지원 제공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의 특사 형식 중재 △특사 및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 등에 합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미얀마 군사정권의 최고 책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브루나이 7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태국, 필리핀, 라오스 3개국은 정상 대신 외교부 장관을 보냈다.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날 회의 직후 미얀마가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오늘 회의에서 얻은 결과는 우리의 기대를 넘어섰다. 성공적이다"고 자평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도 "전반적으로 생산적인 회의였고, 다음 단계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날 회의 이후 말레이 국영 버나마와의 인터뷰에서 "미얀마가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오늘 회의가 성공적이었다. 우리 기대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도 "전반적으로 생산적인 회의였다"고 말했다.

미얀마 민주진영도 이번 합의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 미얀마의 반군부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의 대변인인 사사 박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아세안의 결정에 따른 추가 조치와 우리 국민과 지역을 위한 민주주의, 자유 회복을 위한 단호한 조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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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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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얀마 유혈사태의 책임자인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이번 회의에 함께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국제 인권단체들과 미얀마 시민들은 700여명의 시민을 살해한 미얀마 군부의 수장이 이번 회의에 참석함으로써 쿠데타가 정당성을 부여받았다고 비판했다. 이날 회의가 열린 자카르타 아세안 사무국 청사 인근에서는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냄비 등을 두드리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이번 회의에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초대한 것은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가 필요해서일 뿐 그를 미얀마 정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회의후 싱가포르 총리는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우리의 얘기를 잘 들었다'고 언급했다. 리 총리는 채널뉴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아세안이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것, 아세안 대표단이 방문하는 것, 인도적 지원 등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동의하는 바라고 했다"면서 "그는 아세안과 건설적인 방식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진영과 국제사회가 강력히 요구한 '정치범 석방' 항목이 합의 사항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 집계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구금된 이들은 3300명 이상이다. 정치범 석방이 민주진영의 핵심 요구 중 하나였던 만큼 향후 군부와 민주진영 간의 대화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얀마 군부가 합의 사항을 얼마나 잘 준수할지도 관건이다. 아세안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날에도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 총탄에 희생당했다. 현지 매체인 미얀마나우는 이날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한 청년이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전했다. AFP에 따르면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는 50대 남성이 군경의 총에 맞아 숨졌다. 한 목격자는 "경찰이 그를 양쪽에서 붙들고 군인은 등에 총을 쐈다. 시신도 가져가버렸다"며 "아세안 지도자들에게 이렇게 전하고 싶다. 그(흘라잉 최고사령관)를 지지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월1일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아웅산 수치 고문과 핵심 정부 인사들을 구금하는 등 쿠데타를 단행하고 1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 재선거를 실시해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헌법에 따라 다음 총선이 비상사태 해제 뒤 6개월 이내에 치러질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지 않고 있다. 쿠데타 후 군경의 폭력으로 희생된 시민 수는 700명을 넘어섰다.

박가영 기자 park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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