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주목 받는 아세안

[연합시론] '미얀마 사태' 아세안 정상회의 합의, 실천으로 완성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석 달 가까이 출구를 찾지 못하는 미얀마 쿠데타와 유혈 진압사태가 지난 주말을 계기로 분수령을 맞았다. 미얀마의 이웃 국가 정상들이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사태 해결을 위한 5개 항의 합의를 끌어낸 것이다. 10개국 아세안 회원국 정상들이 도달한 합의사항은 미얀마 당국의 즉각적인 폭력 중단, 평화적 해결책을 위한 건설적 대화,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의 대화 중재, 인도적 지원 제공,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으로 요약된다. 특히 회의에는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도 참석했다는 점에서 합의문에 무게감을 실었다. 국제무대에 처음으로 등장한 그는 아세안 정상들의 제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정상회의 결과물을 놓고 무히단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는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라고 했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도 "전반적으로 생산적인 회의였다"고 자평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군부 진영인 국민통합정부(NUG)도 일단 환영의 뜻을 표했다. 엄격히 말하면 첫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지만, 미얀마 사태가 워낙 절망적으로 전개돼 오다 보니 합의문 하나로도 평화적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된 듯한 분위기다.

미얀마 사태는 그간 국제사회의 관심 속에서도 사태 해결을 위한 이렇다 할 변곡점을 찾지 못한 채 민주화 시위와 폭력·유혈진압의 악순환을 80여 일간 이어왔다. 외부의 관심과 성원은 있었으나, 폭력 사태를 끊어낼 고강도 제재와 적극적 개입은 이뤄지지 못한 탓이 크다. 만시지탄이나 아세안 정상들이 개입함으로써 길고 어두운 유혈사태의 터널에 한 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법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금까지 군경 폭력에 의한 사망자는 745명, 체포·구금자는 3천371명에 달한다. 비무장 민간인을 상대로 한 군경의 무차별적 폭력 사용이 통제 불능 상태임을 통계는 여실히 증명한다. 그래서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 합의는 미얀마의 민간인들을 향한 무도하고 광기 어린 유혈진압 사태를 종식하는 데 일차적 목표가 있다고 하겠다. 건설적 대화의 시작, 특사의 미얀마 방문 등 다른 합의 사항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인 셈이다. 전시도 아닌 상황에서 민주화를 외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다치는 일이 21세기 문명사회에서 더는 방치 또는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미얀마 쿠데타 군부를 멈춰 세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관건은 이번 합의가 단순한 선언에 그쳐선 안 되고 반드시 실행으로 이어져 완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미얀마 군부가 합의사항을 제대로 준수하고, 아세안도 신속하게 후속 조치를 밟아야 비로소 미얀마에서 실종됐던 평화와 안정이 깃들 공간이 마련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폭력과 희생의 고리를 끊어내기는 난망이다. 합의사항이 발표된 날 미얀마 현지에서 적어도 시민 한 명이 폭력진압에 의해 희생됐다는 소식은 합의와 실천이 따로 놀면 불행한 현실은 지속할 수밖에 없음을 웅변한다. 정치범 석방 문제가 이번 합의 사항에 포함되지 못하고, 그런 요구가 있었음을 확인한다는 선에서 어정쩡하게 처리된 것은 그래서 아쉬운 대목이다. 이 문제는 미얀마 민주 진영이 폭력 중단과 함께 요구해 온 핵심 사항이었다는 점에서 군부와 언제든 부딪칠 수 있는 민감한 지점이다. 이참에 이 문제를 합의사항에 확실하게 못 박아 놨다면 향후 민주 진영과 군부와의 대화에 앞서 잠재적 뇌관을 제거해 놓는다는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대화 과정에서라도 이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결책을 찾는다면 차선은 될 수 있다. 민주화의 긴 여정을 거쳐온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지속해서 미얀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민주주의 회복·정착을 위한 성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제사회가 싸워야 할 적은 비단 코로나19만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이를 갈망하는 민중을 총칼로 짓밟는 야만적 바이러스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