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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우체국의 '갑질' 혹은 청소원들의 '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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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 중 휴식에 징계 처분 둘러 싸고 논란

아시아경제

서울 광화문우체국. 자료사진. 기사와 관련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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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인천 부평우체국 청소노동자들이 근무 시간 휴게실에서 쉬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것을 둘러 싸고 우체국 측의 '갑질'이냐, 청소노동자들의 '을질'이냐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우정사업본부 우체국시설관리단 등에 따르면 지난달 관리단은 근무시간인 오전9시부터 30분간 휴게실에서 쉬고 있던 부평우체국 청소노동자들을 적발해 근무 수칙 위반이라며 '주의' 처분을 내렸다. 전국민주우체국본부는 이에 반발해 지난 1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부당한 인권 침해"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이 통상 오전6시에 출근해 3시간 가량 중노동을 한 후 잠깐 쉬는 것을 두고 불성실한 근태라며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1년에 두 번 근무 성적 평가를 받는 데, 한 번이라도 징계를 받아 감점을 당하면 사실상 재계약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들은 우체국시설관리단 측이 조사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녹취하지 못하게 하는 등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같은 주장은 당일 몇몇 언론에 의해 보도돼 댓글을 통해 우체국시설관리단 측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한 매체는 "이들이 징계를 받은 뒤 추가 징계를 받을까 전전긍긍해하며 화장실과 계단, 복도에 쪼그려 앉아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전해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한 네티즌은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일하다 잠깐씩 쉴 수 있는 거지. 뭐냐? 군대도 50분 작업에 10분 휴식이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한 네티즌도 "안타까운 저임금노동자들의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우체국시설관리단 측은 이같은 청소노동자들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본인들이 원해서 휴게시간을 변경해놓고 과거의 규칙대로 사용해 주의 환기 차원에서 가장 가벼운 처분을 내렸을 뿐인데 '인권 침해' 운운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관리단은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내 이번 휴게시간 점검에 대해 "지난달 9일 부평우체국의 한 청소노동자가 동료들의 휴게시간 미 준수에 대해 감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청소노동자들 내부적으로 오전9시부터 30분간 휴식을 취하는 것이 규정 위반이라는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관리단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 측은 2015년 9월과 10월 노조(현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측이 먼저 오전 휴게시간(오전9시부터 30분)을 없애고 퇴근시간을 30분(오후4시30분→오후4시) 단축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이에 관리단 측은 같은해 11월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7.7%라는 높은 찬성률이 나옴에 따라 다음해 1월 근로계약서를 변경해 이를 공식적으로 시행했다.


관리단 측은 또 휴식공간이 없어 철제 구조물이나 창고에서 쉰다는 주장에 대해 "부평우체국 내에는 미화원 남ㆍ여 휴게실(2층), 시설관리단 휴게실(2층), 여직원 휴게실(1층), 휴게공간(티 테이블ㆍ의자, 3층), 옥상정원 등 층마다 휴게가 가능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주의 처분으로 재계약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주장에 대해선 "합격 기준이 100점 만점 중 80점 이상인데 '주의' 처분은 감점 3점에 해당될 뿐"이라고 해명했다. "오전9시부터 30분 동안이 오전 업무 대기 시간이므로 쉬는 게 아니다"라는 주장에는 "근로 시간이 8시간인 청소노동자들에게 1시간의 휴게시간을 부여해 자유롭게 이용 중이며 '업무 대시 시간'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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