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 제도권 편입과 별개"
김병욱 의원 "손실 보전 이야기 아니다" 비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에 대해 "(정부가) 인정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다"라며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례적인 광풍 현상을 보이는 가상화폐에 대해, 정부가 그 내재가치를 인정할 수 없고 제도권으로 편입할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열풍이 분 이후 정부 차원의 첫 공식 입장표명이기도 하다.
가상자산 투자는 잘못된 길..."어른들이 이야기해 줘야"
은 위원장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 관련 정부의 투자자 보호 대책이 미흡하다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은 위원장은 "주식시장이나 자본시장에서는 투자자가 있고 그 투자자를 보호하지만, 가상자산에 들어간 이들까지 다 보호해야 될 대상이냐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며 "사람들이 많이 투자한다고 보호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하루에 20%씩 올라가는 자산을 보호해 주면 오히려 더 그쪽으로 간다고 확신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가상화폐는 금융투자상품이 아닌 투기성 가상자산에 불과하다’는 정부의 기존 인식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3년 전에도 가상화폐를 투기자산으로 규정하고 '거래소 폐쇄'까지 경고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치가 급등하고,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가상화폐가 제도권으로 속속 편입되자, 정부 차원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밝히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날 금융당국 수장인 은 위원장이 "정부가 암호화폐를 보는 시각은 ‘투기성이 강한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이라는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가상화폐=투기자산'이라는 정부 인식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 재확인됐다.
향후 정부가 가상화폐 및 거래소에 대한 대규모 규제에 나설 수 있고, 또 이로 인해 투자자 피해가 발생해도 정부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보호 없이 세금만 부과?...정부 방관자적 태도 비판도
은 위원장은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하지 않더라도 세금을 걷겠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그는 “그림을 사고판다고 할 때 양도차액이 있으면 세금을 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기재부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생각에서 그런 법을 만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와 이를 제도권에 편입하는 것은 별개라는 것이다.
하지만 하루 거래 금액이 17조 원에 달한다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 정부가 너무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무위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투자자 보호라는 것은 손실을 당국이 커버(보전)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투자자들이 객관적 공시라든지 코인을 발행한 업체들의 기업 내용을 알 수 있게끔 관련 규정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라며 "원금 손실을 왜 우리가 보전하냐는 답변은 심각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은 위원장은 "하루 거래대금이 17조 원에 달하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실체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일관되게 말씀드리는 것은 이건 가상자산이라는 것이고 (이 시장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금융당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방관할 것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 고민을 안 할 수는 없다"며 "다각적인 고민은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