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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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 대책 등을 묻는 질의에 “잘못된 길로 가면 잘못된 길로 간다고 분명히 이야기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연초부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며 국내 암호화폐 시장 규모는 급격히 커졌다. 지난 2월 말 기준 실명 인증 계좌만 250만 개를 넘어섰다. 하루 거래액도 20조원에 육박한다.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가 인정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라는 것은 정부가 일관적으로 이야기했던 것”이라며 “이 부분(제도권)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는 투기성이 강한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이라고 했다.
늘어나는 암호화폐 투자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금융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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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며 일부에서는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유일한 법적 규제인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은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 세탁이나 불법 자금거래 등을 감시ㆍ차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허위 공시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해 암호화폐 투자자를 보호할 방법은 없다.
게다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소득세법은 암호화페 등 가상자산으로 얻은 소득 중 250만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 20%의 세금을 걷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암호화폐 투자자 사이에서는 투자자 보호 등의 아무런 조치 없이 세금만 떼간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은 위원장은 ”그림을 사고파는 양도차익에도 세금을 내고 있는데 그림을 사고파는 것까지 정부가 다 보호해줘야 하냐“며 ”가격이 떨어진 것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져주는 것은 아니고 자기 책임 하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도 과세를 한다는 건 모순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암호화폐 거래금액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실·금융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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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법 제정 등 제도화에 부정적인 건 정부가 암호화폐를 투자자산으로 인정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어서다.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가 공식화하고 제도권으로 들어와서 갑자기 투기 열풍이 부는 부분도 고민되는 부분이 있어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이날 암호화폐 거래소가 모두 폐쇄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은 위원장은 “특금법(특정금융정보법) 시행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을 받고 있는데 현재까지 등록한 업체는 없다”며 “가상화폐 거래소가 200개가 있는데 등록이 안 되면 다 폐쇄되기 때문에 투기인지 투자하는 사람들도 자기 거래소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시행된 특금법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 등은 정보보호 관리체계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등의 요건을 갖춘 뒤 9월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를 해야 한다. 현재 실명확인 계좌 등 요건을 완비한 거래소는 4곳(빗썸ㆍ업비트ㆍ코인원ㆍ코빗) 뿐이다.
이 때문에 암호화폐 업계에서도 한 자릿수의 대형 거래소 몇 곳만 남기고 모두 폐쇄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다만 은 위원장의 발언처럼 거래소 전체가 폐쇄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거래소 4곳은 요건을 완비한만큼, 내부 준비를 거쳐 곧 FIU에 신고를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시장의 위험에 대한 우려에도 금융당국 등은 암호화폐 시장 현황 파악에 손을 놓고 있다. 거래소의 정확한 개수 등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암호화폐 전체 투자자와 거래대금 등도 깜깜이다. 은 위원장도 이날 “암호화폐 거래액 17조원의 실체도 확인이 안 되고 있다”며 “도박판의 판돈처럼 (돈은) 조금 들어갔는데 계속 손 바꿈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많은 국민이 투자하고 있는데 금융위가 그냥 위험하다며 나 몰라라 하는 인식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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