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수요시위'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위안부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각하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정의기억연대 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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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의 국민이 중대한 인권침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외국이라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인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각하 결정을 받자 피해자지원단체들은 "재판부가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책무를 저벼렸다"고 규탄했다.
21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이하 피해자네트워크)'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각하 조치는)지난 30년간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고발하고 국제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투쟁한 피해자들의 활동을 철저히 외면했다"며 "국가는 다른 나라의 법정에서 피고가 되지 않는다는 이른바 '국가면제'를 주장한 일본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민성철)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각하 결정을 했다. 각하는 소송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해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하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현 시점에서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외국인인 피고에 대해 주권행위 손배소 소송이 허용될 수 없다"며 "피해회복 등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은 대한민국이 여러차례 밝힌 바와 같이 피고와의 외교적 교섭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대내외적 노력에 의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네트워크는 "(재판부는)지난 1월 8일 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당시 부장판사 김정곤)가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의 예외를 허용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판결의 의미를 스스로 뒤집으며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는 퇴행적 판결을 감행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해당 재판부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같은 취지로 제기한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하고 일본이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씩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들 단체들은 "실로 참담하다. 자국의 국민이 중대한 인권침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외국이라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인가"라며 "우리는 이번 판결에 굴하지 않고 항소해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법원에 진실과 정의에 입각해 판단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에는 정의기억연대(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 나눔의집·일본군위안부역사관, 일본군 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마창진시민모임, 일본군 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통영거제시민모임,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등이 참여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도 "일본군 성 노예제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각하는 정의구현 실패한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이 단체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아놀드 팡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이 "오늘 판결은 일본군 성 노예제 생존자들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도중 그들과 같이 잔혹행위에 시달린 뒤 이미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정의를 구현하지 못하는 큰 실망을 안겼다"고 평했다고 밝혔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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