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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1차 승소→2차 패소' 위안부 소송, 3개월 만에 뒤집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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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박수현 기자] [theL] 1차 소송 "국가면제 뒤에 숨지 말라" 2차 소송 "국제법 존중 필요"

머니투데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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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일본 손배소, 3개월 만에 사실상 패소로 '반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1, 2차 소송 판결이 엇갈렸다. 인권회복이라는 실질적 정의와 국제법 질서라는 형식적 정의 사이에서 가치판단이 달라진 결과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1차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당시 부장판사 김정곤)는 승소 판결의 이유로 '인권'을 들었다.

당시 판결에서 재판부는 "피고가 된 국가가 국제공동체의 보편적인 가치를 파괴하고 반인권적 행위로 인해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가했을 경우까지도 최종적 수단으로 선택된 민사소송에서 재판권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부당한 결과가 도출된다"고 지적헀다.

여기서 '재판권이 면제된다'는 국제관습법 상의 국가면제 원칙을 가리킨다. 주권국가는 자신의 주권행위로 인해 타국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일본은 이 원칙을 이유로 이번 사건에 대응하라는 우리 법원의 요구를 줄곧 무시해왔다.

위안부 피해자 측은 이번 사건에서 일본에 대해 국가면제 원칙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일본에 국가면제를 인정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저지른 전쟁범죄에 눈감는 것과 다름없고, 무엇보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해왔다.


1차 소송 1심 "반인도적 중범죄 제재해야"

이에 민사합의15부는 "피고가 된 국가가 국제공동체의 보편적인 가치를 파괴하고 반인권적 행위로 인해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가했을 경우까지도 최종적 수단으로 선택된 민사소송에서 재판권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부당한 결과가 도출된다"며 피해자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어 이 재판부는 "어느 국가가 다른 국가의 국민에 대하여 인도에 반하는 중범죄를 범하지 못하도록 한 여러 국제협약에 위반됨에도 이를 제재할 수 없게 된다"며 "(국가면제 이론은) 절대규범을 위반해 타국의 개인에게 큰 손해를 입힌 국가가 이론 뒤에 숨어서 배상과 보상을 회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위하여 형성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2차 소송 1심 "국제법 존중도 중요…외교로 해결해야"

그러나 2차 소송을 맡은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민성철)의 판단은 달랐다. 이 재판부는 21일 선고에서 각하, 즉 사실상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 못지 않게 국제법과 국제질서를 준수하는 것도 중요한 헌법상 가치이므로, 국가면제 원칙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 재판부는 "일본에 대해 국가면제를 인정하는 것은 헌법 전문과 제6조 제1항이 정한 국제법 존중주의와 국제 평화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침해되는 사익과 증진되는 공익 사이의 균형성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여기서 침해되는 사익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가리킨다.

전시국제법도 판결 근거가 됐다. 전시국제법을 보면 타국의 무력행위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피해자 개인이 아닌 국가 단위의 일괄 협정에 의해 해결하게 돼 있다. 이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과 일본군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비롯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끼친 피해는 일본 정부와 우리 정부의 협약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재판부는 박근혜정부가 2015년 12월 일본과 한·일 위안부 합의를 체결한 점, 현 정부 외교당국도 이 합의의 효력을 부정하지는 않는 점 등을 거론하면서 정부 간 협약, 교섭에 의해 해결될 가능성이 아직 남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한다면서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판부는 "2015년 한·일 합의로 손해배상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보지 않는다"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은 외교적 교섭을 포함한 대내외적 노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출석했으나 판결 중간 법정을 나왔다. 사실상 패소 취지로 흘러가자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며 법정 밖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판결 후 이 할머니는 "국제사법재판소로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법원청사를 떠났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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