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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아주경제 '아주 쉬운 뉴스 Q&A'

[아주 쉬운 뉴스 Q&A]오세훈이 콕 찍은 80억원 압구정 아파트 자전거래, 무엇이 왜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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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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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7차 아파트 공급면적 264.87㎡(80평)이 80억원에 거래돼 부동산 업계에서 주목 받았습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아파트 매수자는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살고 있는 A와 B씨 2명인데, 이들은 자신의 아파트를 54억5000만원(160㎡)에 팔고 이 집을 80억원에 매수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매도자가 매수자들이 미처 마련하지 못한 잔금 19억5000만원을 근저당 설정해줬다는 점입니다. 서울시는 이번 거래에 대해 '자기들끼리 가격을 올리는 행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해당 행위에 대해 직접 조사해 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최근 강남, 목동, 여의도 등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가격이 수억씩 급등하면서 '자전거래'라는 용어가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자전거래, 무엇이 왜 문제인지 아주 쉬운 뉴스에서 알아보겠습니다.

◆부동산 자전거래란 무엇인가요?

자전거래란 동일한 투자자가 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해 혼자서 매수·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뜻하는 주식용어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도자가 높은 실거래가로 허위로 계약해 시세를 올린 다음, 계약을 취소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부동산 거래에서는 해지신고를 따로 하지 않으면 실거래로 신고한 가격이 반영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입니다. 과거에는 계약취소가 따로 기록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이 가능했습니다. 부동산 자전거래는 실제 계약여부와 상관없이 계약 당시의 실거래가가 그대로 남아 시세에 영향을 미치면서 집값 폭등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자전거래, 처벌할 수는 없을까요?

실제 지난 2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천준호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재된 85만5247건의 아파트 매매 중 전체 거래량의 약 4.4%인 3만7965건이 계약 취소 사례로 조사됐습니다. 취소 건수 가운데 31.9%인 1만1932건은 당시 최고가 거래입니다.

과거에는 이같이 부동산거래 허위신고 후 취소 행위가 고의로 이뤄지더라도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어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앞으로는 처벌 수위가 높아집니다. 부동산 시세조작을 위해 부동산 거래를 허위로 신고할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됐기 때문입니다.

사업자가 공인중개사를 통해 허위 거래가격의 부동산을 중개대상물로 등재하거나,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시세조종을 유도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집주인의 경우는 다른 사람과 공모해 허위로 부동산 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시장·군수·구청장 등에게 신고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 이는 사업자도 마찬가지 입니다.

◆'자전거래' 대 '전략거래'...80억원 거래 두고 논쟁 팽팽

서울시의 설명과 반대로 업계에서는 압구정 현대 7차 아파트의 경우 자전거래로 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 아파트의 경우 소유자가 법인이기 때문에 각종 세금(양도세, 보유세)을 줄이려면 재건축조합설립 전에 명의이전을 해야 하는데 매수자가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매도자 측에서 근저당을 설정해 준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최근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3.3㎡(평)당 1억원을 호가하면서 전용 145~160㎡ 기준 50억원을 넘어서자 이 같은 매매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현재 서울에선 15억원 이상 아파트의 경우 금융권 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습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압구정은 거래금액이 워낙 높아 최근에는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근저당을 설정해주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절세를 위해 전략적으로 매매를 한 것이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래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 감시하겠다는데

정부와 서울시는 이같은 행위는 '위법'은 아니지만 시장 교란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사례처럼 특수거래는 부동산 시장의 공정한 가격, 공정한 거래를 해치기 때문에 적절한 제어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부동산시장 불법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출범시켰습니다. 기획단은 국토부를 포함해 국세청, 금융위원회, 경찰청 등과 협업해 세무·금융 전문성을 활용한 실거래를 정밀 조사할 예정입니다. 서울시도 최대한 협조할 예정입니다.

시장에서는 위헌적인 부동산 거래제한 법안이 탄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정한 가격'이라는 말 자체가 시장의 수요, 공급 원칙을 무시한 발언"이라며 "그렇게 치면 매수자는 많은데 매물이 없어서 한꺼번에 10억, 20억씩 오른 일부 팬트하우스 거래는 모두 부동산 공정거래가격 위반으로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지연 기자 ha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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