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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아세안은 미얀마 군부를 인정하겠다는 건가? 정상회의 초청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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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 미얀마 대표 자격으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지도자가 초대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미얀마 민주진영이 연합한 ‘국민통합정부(NUG)’는 아세안이 군부를 미얀마의 공식 정권으로 인정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얀마에선 13일부터 시작된 전통설연휴기간에도 최소 26명이 무력진압으로 숨졌다.

태국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오는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 준비가 거의 마무리되었다”며 “미얀마의 ‘MAH’을 포함해 여러 지도자들이 참석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MAH’는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이름 약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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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올라온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의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반대하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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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민주진영 지도자들과 소수민족 등 반군부세력이 연합해 창립을 선언한 미얀마 국민통합정부는 아세안의 결정을 비판했다. 모에 조 우 국민통합정부 외무차관은 18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 미얀마방송에 출연해 “아세안이 우리(국민통합정부)에겐 손을 내밀지 않았다”며 “미얀마 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민주적 정통성을 가진 국민통합회의와 협의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사정권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문제는 매우 신중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면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서는 것이 된다. 아세안이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내정 불간섭이란 원칙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쿠데타를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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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양곤에서 17일 시민들이 민주진영통합세력인 ‘국민통합정부(NUG)’를 환영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양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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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통합정부의 사사 대변인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흘라잉 ‘최고살인자’는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서는 안된다”면서 “국제사회가 미얀마에 민주주의를 다시 가져오기 위해서 국민통합정부를 인정하고 관계를 맺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군부 집권 이후 미안먀에선 연일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미얀마 언론 이라와디는 18일 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군경의 무력진압으로 사망한 시민들의 수가 최소 738명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13일부터 닷새간 이어진 전통 설 연휴기간에도 최소 26명이 숨졌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시민들은 연휴에 축제 대신 거리시위를 하고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열었다. 일부 시민들은 “국민통합정부를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들었다. 그러나 군경이 비무장상태의 시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면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AFP통신은 한 시민과 구조대원의 말을 인용해 “한 청년이 17일 밤 통행금지시간에 오토바이를 타고갔다는 이유만으로 총에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매일 밤 8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통행금지를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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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활동가들이 1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밀크티동맹(태국, 홍콩, 대만 등 동남아시아 시민들의 민주주의 연대운동)을 강조하며 미얀마시민들을 지원하는 바이크 행진을 벌이고 있다. 자카르타|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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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와 고문 소식도 계속 전해지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엔 지난 15일 시위 도중 잡혀간 청년 웨이 모 나잉의 사진이 올라왔는데, 구타를 당한 듯 멍들고 퉁퉁 부은 모습으로 충격을 줬다. 구금됐다 시신이 된 이들의 몸에서도 골절과 멍자국이 발견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구타당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군경이 총을 쏘는 영상도 떠돌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매일 저녁 군부 소유 TV를 통해 수배자명단을 발표하는데, 18일에도 유명인사 20명과 의사 20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상황을 감시하고 있는 단체 ‘리포팅 아세안’은 “일요일 밤 군이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일본인 유키 기타즈미를 양곤의 자택에서 잡아갔다”며 “지금까지 군에 체포된 기자들의 수는 65명 이상이고, 최소 34명이 구금돼있다”고 밝혔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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