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올린 이미지. 도지코인을 상징하는 시바견이 달 착륙을 한 모습을 그렸다.[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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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삼아 만든 암호화폐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들어 가격이 치솟은 도지(DOGE)코인 얘기다. 대중에게 아직 생소한 이 암호화폐의 가격은 올해 초와 비교하면 무려 6000% 가까이 올랐다. 이로 인해 ‘묻지마 투자’와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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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보다 5900% 상승…코스피 거래금액도 넘었다
스마트폰으로 본 도지코인 웹사이트의 모습.[사진 셔터스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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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도지코인의 가격은 18일 오후 4시 40분 현재 개당 28.83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24시간 전과 비교하면 8.64% 하락했다. 하지만 일주일 전(11일·6.33센트)과 비교하면 약 300% 넘게 상승했다. 연초(0.47센트)와 비교하면 약 5900% 뛰어오른 수치다. 시가총액은 지난 17일 한때 520억 달러(약 58조원)까지 치솟았다. 코인데스크는 “이는 바클레이즈(440억달러), 로이드(420억달러), 크레디 아그리콜(430억달러) 등 영국과 프랑스의 대형 투자은행보다 높다”고 했다.
급등한 도지코인 가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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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에서도 투자 열풍이 거세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도지코인은 18일 오후 4시 40분 기준 개당 384원으로 24시간 전보다 4.92% 높게 거래되고 있다. 지난 16일엔 도지코인 거래대금이 약 17조원을 기록하며 같은 날 하루 코스피 거래대금(15조5421억원)이나 4월의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14조9372억원)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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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효과에 코인베이스 상장이 투자심리 자극
지난 2월 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이미지.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킹의 한 장면에 자신의 얼굴과 도지코인의 시바견 로고를 합성했다.[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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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코인의 최근 상승세는 1차적으로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이 영향을 줬다. 미 CNBC는 “코인베이스 상장 후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대한 기대로 비트코인뿐 아니라 도지코인과 같은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암호화폐) 가격도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알트코인 중에서도 도지코인 가격이 치솟은 데는 '머스크 효과'가 크다. 올해 초부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도지코인을 “우리 모두의 암호화폐”라 부르며 지지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머스크는 한 트위터 이용자가 “(더 많은 투자자가) 코인베이스가 도지코인을 (거래화폐로) 등록해야 한다고 보는가”라고 질문하자 “그렇다”란 트윗을 남겼다. 코인베이스는 45개가 넘는 암호화폐를 거래화폐로 갖고 있지만, 도지코인은 등록하지 않았다.
시장에선 머스크의 생각대로 도지코인이 코인베이스의 거래화폐가 되면 거래량이 늘어 가격이 뛰어오를 거란 기대감이 퍼졌다. 실제 머스크의 트윗 이후 들썩인 도지코인 가격은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한 14일 급등했다. 이날도 머스크는 트위터에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의 ‘달을 향해 짖는 개’ 그림과 함께 “달을 향해 짖는 도지”라는 트윗을 남겼다. ‘달’은 자본 시장에서 가격 급등을 뜻하는 은어다. 지난 1일엔 자신이 경영하는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도지코인을 달 위에 놓을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이로 인해 도지코인이 스페이스X 사업에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퍼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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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삼아 만든 암호화폐 "가치 있다 보기 어려워"
도지코인 홈페이지 모습.[사진 셔터스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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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도지코인이 ‘장난’으로 만들어진 암호화폐란 점이다. 도지코인은 지난 2013년 IBM과 어도비 출신의 개발자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만들었다. 당시 불고 있던 비트코인 열풍을 풍자하기 위해 재미 삼아 만들었다는 것이 두 사람의 고백이다. 도지코인이란 이름도 서구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를 끈 ‘도지(DOGE)’라는 일본 시바견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에서 따왔다. 도지는 개를 귀엽게 부르는 말이다. 한국어로 강아지를 멍멍이라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기에 도지코인은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거품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과 금융기관의 결제수단으로 활용되며 자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비트코인과 달리 말 그대로 ‘재미’로 만든 도지코인은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제 수단으로 도지코인을 쓰는 곳이 보이지 않는 이유다. 암호화폐 공시 사이트 ‘쟁글’은 도지코인에 대해 “장난식으로 만들어진 밈 코인인 데다 블록체인 기술 강점도 뚜렷하지 않다”며 “코인 자체가 내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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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붕괴로 개인 투자자 돈 잃을것"
도지코인 로고.[사진 셔터스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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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무제한 발행이 가능한 도지코인은 채굴량이 한정돼 디지털 금으로 주목받는 비트코인의 길을 가기도 어렵다. 영국 투자업체 프리트레이드의 데이비드 킴벌리 연구원은 CNBC에 “사람들은 도지코인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오르면 팔 생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전형적인 ‘더 큰 바보 이론’ 행동이 이어진다면 결국 거품이 터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암호화폐 업체 캐슬벤처의 닉 카터 창업자도 “전형적인 투기상품인 도지코인에 투자한 개인들은 돈을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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