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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韓 민주주의 우려 쏟아낸 美 청문회, 군사정권 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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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미 의회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15일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전단 금지법에 대해 청문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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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 위원장인 스미스 공화당 하원 의원이 15일 청문회에서 문재인 정권의 대북전단금지법을 “성경과 BTS(방탄 소년단) 풍선 금지법”이라고 불렀다. 북으로 유입되는 종교와 문화까지 틀어 막은 건 “과도한 제약”이라고 했다. 민주당 측 위원장인 맥거번 의원도 “한국 국회가 전단법을 수정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미국의 양당 의원 모두 전단금지법을 ‘인권,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한 것이다.

청문회 증인인 인권 운동가 수잰 숄티는 문 정권의 탈북민 홀대를 지적하며 “한국은 더 이상 탈북민들의 피난처가 아니다”라고 했다. 변호사 고든 창은 “문 대통령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공격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 사례로 문 정부가 역사 교과서의 ‘자유민주주의’ 표현에서 ‘자유’를 삭제하려 한 시도를 거론했다. 청문회에선 “한국 민주주의 쇠퇴(decay)” “문 정부가 북 주민 고통을 무시하는 건 (인권) 범죄에 공모하는 것”이란 말도 나왔다. 전단금지법뿐 아니라 문 정권의 ‘인권·민주주의 후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청문회’였다.

통일부는 16일 전단금지법을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우려하고 옛 공산권인 체코까지 비판한 반(反)민주법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 대북 멘토라는 사람은 “미 청문회는 내정간섭”이라고 했다. 서울에선 ‘내정간섭 반대’ 시위도 열렸다. 대통령 복심이라는 민주당 의원은 “선입견에 기반한 이런 청문회는 두 번 다시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스미스 위원장은 “이것은 시작이지 마지막 청문회가 아니다”고 했다. “후속 조치를 살펴보고 있다”고도 했다. 앞으로도 이런 청문회가 수시로 열릴 수 있다는 얘기다. 미 의회에서 한국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소리가 쏟아지고 한국 정권이 이에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는 모습은 1970, 80년대 군사정권 때 벌어지던 일이다. 민주화를 훈장처럼 내세우는 대한민국 정권 아래서 수십 년 만에 이런 일을 다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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