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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783억 NFT 작품이 부럽다?...K팝도 K미술도 이미 진입했다 [헤럴드 뷰-가상자산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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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 콘텐츠에 고유 표식

한 디지털 작품에 진품 인증서 의미

국내 NFT 1세대 작품 4700만원 팔려

R&B 뮤지션 디이어 관련 한정판 앨범

거센 거품논란...빈익빈 부익부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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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k의 작품 ‘컴플렉서티(Complexity)’에디션 100. [소더비 공식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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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가 NFT(Non 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으로 발행한 JPEG 파일 5000장이 783억원에 낙찰됐다. 또 그의 10초짜리 동영상은 74억원에 팔렸다. 음악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 3월 중순까지 음악 사업과 관련해 2만9800개가 넘는 NFT가 판매됐고, 음악가들이 NFT 관련 자산 판매로 얻은 수익은 무려 4250만 달러(약 482억원·음악기술 연구가 체리 후 집계)에 달한다.

지금 미술·음악시장에서 NFT는 무슨 변화를 불러오고 있는 것일까.

▶지금껏 없던 유통경로 열어주고=미술작품과 NFT가 만나서 일으킨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디지털 작품의 판로가 생겼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에 고유한 표식을 부여하는 NFT 특성 상 수많은 디지털 작품 중 단 하나만이 진품임을 인증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원본’과 ‘소유’를 중요가치로 내세우는 기존 미술시장에 디지털 아트가 편입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거래이력 확인도 가능하다.

실제로 국내 NFT 작가 1세대로 꼽히는 미스터 미상은 올 초 NFT작품 ‘#04. Birth of Mr Misang’이 글로벌 플랫폼인 슈퍼레어에서 4만1653달러(20이더리움·약 4700만원)에 팔리면서 순수 창작 활동에만 전념하는 전업작가가 됐다. 이전에는 자동차와 게임회사의 외주를 받아 일러스트레이션과 애니메이션으로 생업을 이어나갔다. 국내 NFT 플랫폼 디파인아트에서도 마리킴 작품 ‘Missing and found’(2021)를 NFT로 제작해 6억원(288이더리움)에 판매했다.

세계 사례를 살펴보면 더욱 흥미롭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캐나다 작가 앨러나 에징턴과 독일 3D 예술가 다리우스 푸이아는 NFT로 작품을 판매해 수 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에징턴은 자폐증 아들 치료비를 해결하고 교외로 이사까지 했다. 슈퍼스타 작가들도 NFT 행렬에 참여했다. 현대미술작가인 데미언 허스트도 최근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1만개 NFT로 발행하기도 했다.

국내 음악계로 눈을 돌려보면, 알앤비 뮤지션 디이어(D2ear)가 최근 NFT를 적용해 한정판 앨범을 선보였다. 아시아 최초의 시도다. 소속사 UDCY의 김동현 매니저는 “기존의 소장형 재화에서 벗어나 NFT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에도 소장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위·변조가 불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상품군이 또 하나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 업계에선 충성도와 결속력 강한 팬덤이 지배하는 K팝 업계에도 NFT는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팝의 새 화두가 된 메타버스나 팬플랫폼이 NFT와는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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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이어 NFT 앨범. [UDC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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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블라우 NFT 앨범.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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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거품논란=그러나 NFT에 대한 찬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거품 논란도 거세다. 모든 작가의 작품이 NFT로 민팅(minting·발행)된다고 할지라도 그 중 팔리는 작가는 아주 일부다. 5000개 JPEG 파일을 경매에 내 783억원에 낙찰에 성공시킨 미국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본명 마이크 윈켈만)의 경우는 굉장히 희귀한 케이스다. 일각에서는 이 작품을 낙찰받은 이가 싱가포르 NFT 펀드 운용사 메타퍼스 설립자 메타코반(가명)임을 놓고 ‘NFT 가격을 올리기 위한 작전’이라는 음모론적 시각도 나온다.

안정성은 또 다른 이슈다. NFT 메이저 거래소인 ‘니프티 게이트웨이’가 최근 해킹되면서 여러 사용자가 NFT를 도난당한 일도 있었다. 이를 회복할 방법은 요원하고, 다른 플랫폼에 대한 안정성도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가격문제도 있다. NFT 작품의 3월 평균 가격이 2월에 비해 70% 정도 폭락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실제로 크리스티의 비플 NFT 경매에 대항해 소더비가 야심차게 준비한 Pak의 NFT는 약 1682만달러(187억원) 매출을 기록하는 것에 그쳤다.

또한 지나치게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 탓에, 다수 팬덤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투기성 거래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음악계에선 “팬덤이 강력한 아티스트는 NFT가 새로운 수익이 되겠지만, 도리어 빈익빈 부익부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 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대중음악은 미술과 같은 예술 분야와 달리 더 많은 사람이 들어야 가치가 올라가고 그것에 대한 지위를 얻을 수 있는데, NFT는 물질성이 없어 음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그러나 “현재로선 최초로 시도되는 만큼 고가에 거래되고 있으나, 시장의 자정작용으로 안정화가 이뤄지면 음악시장에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한빛·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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