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여행 못 가는데…’ 국내에 6성급 호텔 오픈하는 3가지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롯데호텔·호텔신라·조선호텔앤리조트 ‘호텔 빅3’
위기경영 속 초호화 호텔 잇따라 신규 오픈
신라스테이 서부산 15일, 조선 팰리스 5월 개관
달라진 휴가공식, 글로벌 장기전략 등 고려
한국일보

다음 달 문을 여는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 25층의 그랜드 리셉션.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호텔업계가 ‘6성급’으로 불리는 초호화 호텔을 신규 개관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대부분 호텔들이 자율적 주 4일제와 무급휴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말 그대로 일촉즉발의 ‘위기경영’ 상황이지만 소비가 살아나면 곧바로 상승 흐름을 타는 외환위기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버티기 전략’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다음 달 25일 서울 역삼동에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조선 팰리스)’을 개관한다고 15일 밝혔다. 조선 팰리스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브랜드 제휴를 맺은 신세계그룹의 첫 최상급 브랜드 호텔로, 통상 최고급을 칭하는 5성급을 뛰어넘는 초호화 브랜드를 지향한다.

옛 르네상스호텔 부지에 신축한 센타필드 웨스트타워의 17개 층을 사용한다. 로비층 리셉션과 연회장(3, 4층), 고층부의 객실(24~36층), 다이닝과 웰니스클럽으로 구성돼 강남의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즐길 수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확장 전략은 지난해부터 이어져왔다. 지난해 10월 7일 그랜드조선 부산, 같은 달 30일 포포인츠바이쉐라톤 바이 명동, 12월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을 개관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그랜드조선 제주를 오픈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호텔은 대표적 브랜딩 산업이라 장기간 준비 끝에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위드코로나와 포스트코로나 시대 호텔업에 대한 고민을 거쳐 조선 팰리스를 열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15일 개관한 신라스테이 서부산은 호텔신라의 전국 13번째 호텔이자 부산에 들어선 2번째 호텔이다. 호텔신라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호텔신라도 지난해 4월 신라스테이 삼성을 개관하고 이달 15일 프리미엄 비즈니스 호텔 신라스테이 서부산을 오픈하는 등 장기간 준비해온 신규점 오픈을 망설이지 않고 있다.

①플렉스 소비 열풍과 달라진 휴가공식


코로나19 불황 속에도 브랜드 호텔이 저마다 신규 오픈을 강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꾸준히 증가하는 플렉스(flex) 소비와 무관치 않다. 하늘길이 막히고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목돈을 가치 있게 쓰기 원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명품 구매가 늘고 호캉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등 고급화 전략이 통하기 때문이다.

휴가공식도 깨졌다. 과거 7~9월과 12~2월에 몰려 있던 여름·겨울휴가는 코로나19로 연중 어느 때나 쓸 수 있는 ‘상시 휴가’로 바뀌었다. 잘 알려진 해외 유명 관광지 대신 국내에 숨겨진 비경을 찾는 수요도 늘었다.

이런 흐름은 코로나19 속 신규 오픈을 처음 강행한 ‘시그니엘 부산’ 사례에서 확인된다. 롯데가 보유한 최상급 브랜드 호텔인 시그니엘 부산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던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높았던 우려와 달리 부산이 여행지로 인기를 끌며 선전했다.

객실이 235실에 불과한 시그니엘 서울도 내국인 수요를 끌어들이며 럭셔리 호텔로서의 위상을 굳히고 있다. 전통적인 고급 호텔로 꼽히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1,015실)보다 객실수는 적지만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하던 지난해 3, 4월을 제외하고는 주말 연평균 투숙률이 80%에 달한다. 이는 ‘숨겨진 내국인 수요’를 재확인하는 지표가 됐다.

②‘돈 있어야 간다' → ‘특별한 경험을 산다’


호텔업계에선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고객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문턱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의 기준이 확연히 바뀌었다”며 “예전엔 ‘집 놔두고 뭐하러 호텔에 가서 잠을 자나’ 생각하던 고객이 이제는 ‘가족끼리 좋은 데 가서 묵고 맛있는 것 먹자’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10년 새 호텔은 소위 ‘돈 있는’ 사람만 가는 곳에서 ‘특별한 경험’을 위해 소비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평균 객단가가 40만 원대에 이르는 고가 패키지 고객 중에도 20대 중후반이 꽤 있는 편”이라며 “결혼 전 신부가 친구들과 파자마 파티를 즐기는 등 이벤트성 투숙객도 늘었다”고 전했다.

③불황 없는 초호화 호텔 “전염병은 변수 안 돼”


호텔업계는 장기 전략상 개관을 늦출 수 없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통상 호텔 오픈을 위한 인·허가와 고용관계 등 여러 계약이 개관을 최소 3, 4년 앞두고 이뤄지는 데다, 예상치 못한 전염병이 연도별 사업전략을 변경할 만한 변수가 되진 못한다는 것이다.

국내 호텔업계 빅3인 롯데호텔과 호텔신라,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롯데호텔의 영업손실은 4,976억 원으로 전년(3,183억 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호텔신라도 영업손실이 1,853억 원으로 전년 영업이익(2,959억 원)과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70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124억 원)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한국일보

시그니엘 부산은 3월 편안한 휴식과 해운대의 푸른 바다 드라이브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패키지를 선보였다. 롯데호텔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호텔의 브랜드 가치 높이기 전략은 이런 불황에도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단기 이익이 아닌 장기적 수익률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텔신라는 지난해 6월 베트남에 프리미엄 호텔 모노그램을 개관했고 롯데호텔은 같은 해 9월 미국 시애틀에 12호점을 열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항공 및 숙박산업은 고정비에 해당하는 인건비가 워낙 높아 영업이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럼에도 해외 진출을 멈추지 않는 건 글로벌 호텔체인으로 올라서 브랜드 수수료를 받는 위탁경영 방식으로 몸집을 키우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