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하는 볼트러스트는 내부에서 사업을 철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볼트러스트는 2019년 빗썸코리아의 사내 벤처로 설립됐다. 볼트러스트 관계자는 "현재 사업 철수에 무게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며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중 이사회와 주주총회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철수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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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5일 출범한 빗썸 커스터디는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통제된 절차를 통해 관리될 수 있도록 돕는 수탁 서비스다. 빗썸은 가상화폐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코인 고래 고객이나 재단 등에서 수탁 서비스 수요가 늘 것으로 판단했다. 서비스 대상은 거래소, 벤처캐피털(VC), 프로젝트 재단, 스타트업과 대기업, 개인까지 가상자산을 보유한 모든 사용자다.
빗썸 커스터디는 포부를 가지고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투자 대비 수익이 크지 않자 문제가 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8100만원을 돌파하는 등 가상화폐 시장은 활황이지만, 정작 기업들이 가상화폐 수탁 서비스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볼트러스트 관계자는 "수탁 서비스는 가상화폐를 보관해주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 구조인데, 고객들이 아직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가상화폐 수탁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필요성을 못 느낀 듯하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제’를 골자로 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도 빗썸 커스터디 서비스에 고민거리가 됐다. 특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인 가상화폐 거래소, 커스터디(수탁), 지갑 업체 등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서비스 이용 여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여부, 트래블 룰(자금이동규칙)을 바탕으로 한 거래 송수신자 데이터 수집 여부 요건 등을 충족해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로 신고하고 수리받아야 한다. 즉, 허가받지 못하면 앞으로 국내 영업은 할 수 없는 것이다.
신고 과정에서 ISMS를 비롯한 여러 인증을 받으려면 외부 업체를 통한 실사 비용 등이 든다. 빗썸 커스터디를 운영하는 볼트러스트 측은 "제도권에 편입되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고, 편입된 후라도 사업 유지를 위해 지속해서 투자를 해야 하는데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디파이(DeFi·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 금융 생태계) 자회사였던 DXM이 운영해온 커스터디 서비스인 ‘업비트세이프’를 설립 2년도 채 안 돼 종료했다. 빗썸도 비슷한 결정을 내린 셈이다. 두나무는 앞으로 DXM이 해온 수탁 서비스를 직접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직 빗썸 커스터디는 두나무처럼 빗썸이 직접 운영할지, 아니면 아예 접을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반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가상화폐 시장에 발을 내디디며 커스터디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해치랩스·해시드와 합작 법인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설립하고 지분 투자 방식으로 가상화폐 수탁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지난 1월 신규 법인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지분 투자를 했다. 우리금융그룹 소속 우리펀드서비스와 농협은행도 가상화폐 수탁 사업에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이다비 기자(dab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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