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노량진 수산시장의 한가한 모습. [사진 촬영=이상현·하서빈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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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탕집인데 메뉴에서 생태탕을 빼게 생겼어요."
서울 용산구에서 생태탕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14일 "국내에 들어오는 생태는 99%가 일본산이고, 국산으로 대체는 아예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폭발한 후쿠시마원전의 오염수 방류를 결정하면서 외식업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생태탕 전문점의 경우 대부분 일본산 생태를 쓰고 있던 상황이라 향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23년부터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출 결정한 가운데 1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에서 직원이 일본산 가리비의 방사능 측정을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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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산 생태탕 팔면 불법인데 어쩌나"
이날 점심시간 여의도 인근 생태탕집에는 손님이 3명 뿐이었다. 주인 B씨는 "2011년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터졌을 때도 1년간 문을 닫았었다"며 "이번 방류는 2년 뒤어서 당장은 타격이 없겠지만, 나중에는 국산 대구탕으로 바꿔서라도 장사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외식업주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일본산 생태를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수산자원관리법 개정으로 2019년부터 국내 명태 포획이 연중 금지됐기 때문이다. 즉 국내산 생태탕을 팔면 불법이다. 러시아산 명태의 경우 생태 보관 기술이 부족해 대부분 동태로만 유통되고 있다. 동작구에서 동태탕집을 운영하는 C씨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러시아산 동태를 사와 판매한다"며 "지금으로서는 러시아산이 최고다. 일본산은 손님들이 먹질 않는다"고 설명했다.
14일 서울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수협등 수산단체 관계자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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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출 70% 줄었는데" 수산시장도 울상
수산시장도 울상을 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떨어진데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따른 '방사능 포비아'로 오던 손님마저 끊길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수산시장에서 판매되는 줄돔과 참돔, 가리비 등은 대부분 일본산이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활어를 판매하는 D씨는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맛이나 모양, 크기가 모두 일본산이 좋은편"이라며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어 매출이 이전보다 3분의 1도 안 된다. 정부 차원에서 수입 기준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해 불신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는 전날 노량진 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아 원산지 관리 현황과 단속 실태를 긴급 점검했다. 노량진농수산물납세조합 관계자는 "(시장 차원의) 방사능 검사 절차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일본의 오염수 방출 이슈로 상인들이 많이 민감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수산물 수입량은 2만7300t으로 동일본대지진 발생 직전인 2010년(8만t)대비 65% 감소한 상태다. 식약처는 "올해 1월부터는 방사능 검사 시간을 기존 1800초에서 1만초로 강화했다"며 "일본산 식품 방사능 안전관리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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