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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원전 오염수 절대 용납못해”로 돌아선 정부, 한일관계 회복 힘들다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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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투명한 정보 공개 등 소극적 대응서

방출 결정 저지하는 공세적 대응으로 전환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왼쪽)와 기념사진을 찍고 퇴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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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희석해 바다에 흘려버리겠다는 일본 정부의 13일 결정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강하게 맞대응하며 한-일 관계 경색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역사 문제와 국민의 건강권 등 양보할 수 없는 문제에선 원칙을 지키고, 협력할 문제에선 협력한다는 ‘투트랙 원칙’에 따른 대응이라 설명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악의 경우 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는 내년 5월까지 한-일 관계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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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오염수 방출 결정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입장은 12일부터 확인됐다. 정부는 이날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한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일본측이 (한국과) 충분한 협의 없이 해양 방류를 결정하게 된다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강도 높은 입장을 공개했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일본 정부의 결정이 이뤄진 13일 당일엔 ‘정부 대응 계획’을 발표하며 “일본 정부의 결정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이례적 표현을 거듭 써가며 일본을 견제했다. 이어 14일엔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신임장을 전달하기 위해 예방한 아이보시 고이치 신임 주한 일본대사에게 “이 말씀은 안 드릴 수 없다. 가장 가깝고 바다를 공유한 한국의 우려가 매우 크다”는 뜻을 전했다. 그 직후 일본의 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국제법적 수단’을 찾을 것을 직접 지시했다.

외교부는 그동안 오염수 방출 결정 자체는 일본의 ‘주권 사항’이라며 결정 자체를 저지하기 보다는 △투명한 정보 공개 △사후 모니터링 참여 보장 등 우리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현실적 접근 태도를 보여왔다. 그 때문에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13일 기자회견에서 한·중의 강도 높은 비난 성명에 대해 “지금까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정보제공과 외교단에 대한 진지한 설명을 통해 중국·한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에 대해 높은 투명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정보 제공을 해왔다. 미국은 매우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고 답하는데 그쳤다.

문 대통령이 일본의 결정 자체를 막겠다는 ‘초강경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 첫번째는 국내 정치적 요인이다. 지난 7일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참패한 상황에서 국민 건강에 직결되는 ‘민감 현안’과 관련해 일본에 호락호락한 태도를 보일 경우 지지율이 재차 급락하며 국정 장악력을 잃게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국제적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취임한 뒤, 도쿄 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으로 개최되도록 한국이 돕겠다며 적극적인 대일 관계개선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한-일이 “역지사지의 자세로 머리를 맞대자”는 3·1절 기념사까지 지난 6개월 동안 일관되게 일본에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일본은 그 손을 잡는 대신 ‘말이 아닌 구체적 양보안을 내놓으라’는 까다롭고 경직된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6일 북한이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개를 위한 중요 계기로 삼아왔던 도쿄 올림픽에 북한이 불참한다는 입장을 공개하며 관계 개선의 의미가 크게 퇴색한 상황이다. 이에 더해 일본군 ‘위안부’ 배상 관련 2차 재판의 선고일이 21일로 다가오는 등 악재가 겹겹이 쌓여 있다. 법원이 지난 1월처럼 국제관습법상 ‘주권면제’ 원칙을 인정하지 않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릴 경우 한-일 관계는 다시 한번 격랑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지난해 9월 스가 총리님의 취임 축하 통화를 하면서 대화와 협력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협력 정신과 의지가 있다면 어떤 어려운 문제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관계 개선의 뜻은 접지 않았다.

이 가운데 흥미를 끄는 것은 강 대 강 대결 국면에 진입한 미-중의 반응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3일 논평에서 일본 정부 결정에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에서 “이해 관계국,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충분한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 독단적으로 배출해선 안 된다”는 강경 입장을 공개했다. 오염수 현안에서 미-일과 한-중이 한편으로 묶인 셈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쿼드 등 동맹국 연대에 동참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정부가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어느 선까지 협력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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