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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장단기 금리차 역전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금값이 최근 리플레이션(경기 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으나 심각한 인플레이션까지는 이르지 않은 상태) 환경이 조성되자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온스당 1800달러대에서 거래됐던 국제 금값은 지난달부터 평균 170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732.70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2.10달러(0.69%) 하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와 각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 정책으로 지난해 8월 2000달러대까지 올랐던 국제 금값은 지난해 4분기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금값이 연결물 기준으로 2051.50달러까지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15.54% 하락한 수준이다.
국제 금값은 2019년부터 지난해 중반까지 상승랠리를 보였다. 2019년 초 온스당 1300달러대에서 거래됐던 금값은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며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강해지며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이어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보험성 금리 인하,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 등으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으로 인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금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초 1900달러대 중반까지 반등하기도 했으나 오름세를 지속하지 못했다.
금값 약세가 지속되자 거래 규모도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올해들어 매월 감소하고 있다. 지난 1월 일평균 112억원이었던 거래대금은 2월 96억원, 3월 80억원으로 감소한데 이어 이달에는 69억원으로 전월 대비 13.75% 줄었다. 지난 1월에 비해서는 38.39% 감소했다.
진종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유례없는 경기 침체 우려와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초완화적 통화 정책으로 금값은 2019년 초 온스당 1283달러에서 지난해 역사적 고점인 2064달러까지 약 61% 올랐다"며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이후 16% 이상 하락하며 금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값 약세가 이어지는 배경으로 완화적 통화 정책 및 확대 재정 부양책 등이 동원되는 리플레이션 환경이 조성되며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 점을 꼽고 있다. 통상 경기 위축 시기에는 경제 활동 둔화로 산업 금속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반면 금과 같은 귀금속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지만 리플레이션 환경에서는 반대 모습이 나타난다.
진종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공투자 확대, 인프라 구축 등이 중심이 되는 재정 부양책은 궁극적으로 장기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오버슈팅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경기 확장 국면을 장기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표 헷지 수단으로 리플레이션 국면에서 유독 약세를 보이는 금에게는 호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하는 분위기 또한 금값 약세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반등 상황에서도 비트코인이 금보다 강한 복원력을 보이고 금의 기능을 흡수하며 금에서 비트코인으로의 자금 이동이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 규제와 환경 이슈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지만 미국 금융기관들이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 이동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지훈 기자 jhmoo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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