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 급등락
한화투자증권(003530)이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서 화제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3000원대였던 주가가 10여 일 만에 6000원대로 2배가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7일 한화투자증권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가 보기에 거래금액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늘었고 주가도 너무 빠르게 올라 앞으로 투자자들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의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이 회사가 소수 지분을 가진 회사 두나무 덕이다. 두나무는 가상화폐(코인)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회사로 최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두나무와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증권업계에선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해 주가가 장기간 액면가(주식 최초 발행 당시 정한 장부가)를 밑돌던 한화투자증권이 코인 테마주로 묶여 액면가를 돌파한 것이 ‘웃픈’(웃기면서 슬픈) 현상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 4일 2230원으로 장을 마감한 후 지난달 29일까지도 주가가 3090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3월30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4015원까지 주가가 올랐고 4월 7일에는 장중 8200원까지 급등했다. 12일 종가는 6670원이다. 10여 일 만에 주가가 2배가 넘게 오른 것이다. 지난해 말 4709억원이던 시가총액은 12일에는 1조4310억원이 됐다.
한국거래소도 지난 7일 이 종목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해 지금까지 이를 유지한 상태다. 한국거래소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한 이유도 이 회사의 주가가 과거 주가상승률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높아졌고 같은 업종의 주가지수 상승률의 5배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이 이렇게 주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소위 ‘두나무 테마주’로 묶여 금융투자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월 미국 퀄컴이 보유하고 있던 두나무 지분 6.15%를 583억2900만원에 인수했다. 이후 3월 31일 두나무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화투자증권의 주가도 덩달아 급등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이 계속 발달하는 상황이고 두나무가 증권플러스 등 모바일 주식거래 플랫폼을 운영 중이고 블록체인기술도 보유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투자한 것인데 생각지도 않은 가상화폐 급등과 미국 직상장 이슈가 불거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의 경쟁력이 높아져서 주가가 올라가면 좋지만 이렇게 테마성 주식으로 엮여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주가가 급등락하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 = 김란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증권가에선 한화투자증권이 다른 증권사에 비해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2016년에는 주가연계증권(ELS) 자금을 운용하며 손실을 봐 16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2017년에는 541억원으로 흑자로 전환했고 2018년(724억원)과 2019년(985억원)에는 700~9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한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이 671억원으로 다시 전년보다 줄었다. 지난해에 다른 증권사들은 급증하는 개인투자자의 거래 중개로 사상 최대의 이익을 봤지만, 한화투자증권은 이런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것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화투자증권의 최근 주가 급등에 대해 "펀더멘털(기업가치)이 올라가서 주가가 오르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라며 "두나무 지분 인수 이외의 기업가치가 변한 부분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후 액면가를 계속 밑돌던 주가가 코인 거래소(두나무가 운영하는 업비트) 덕에 액면가를 겨우 회복한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증권사가 증권사 본연의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테마주가 돼 주가가 요동치는 웃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