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코인이 국내에서 7800만원을 돌파하며 가격이 치솟자 국내 증권사 직원도 코인 매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증권사 임직원은 자본시장법 등에 의해 본인 명의 계좌로 국내 주식을 매매할 수 없거나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코인 거래는 따로 법으로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러스트=이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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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증권사를 비롯해 중소형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을 가리지 않고 금융투자회사 임직원들이 코인 매매에 나서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직원은 "코인으로 일정 수익 이상을 올려 퇴사하거나 부동산을 사들이는 하는 이들도 있다"라며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지금 코인에 올라타지 못하면 돈을 못 번다’라는 심정으로 코인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소형 증권사 소속의 한 연구원(애널리스트)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내 주식 상승장에 편승하지 못해 보고서를 발간하면서도 ‘나만 거지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이제는 코인 투자로 큰 액수는 아니라도 백만원 단위로 벌어서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라고 말했다.
그간 증권사 임직원은 자본시장법 제63조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매매’와 금융투자협회 내규 등으로 국내 주식을 매매하지 못했다. 만약 매매하게 되더라도 회사 내 준법감시인(컴플라이언스)에게 그 내역을 소상히 보고해야 한다. 특히 리서치센터의 경우 보고서(리포트)가 나간 후 일정 기간 관련 종목의 매매를 금지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차명계좌로 국내 주식에 투자해 떼돈을 버는 증권사 직원도 있지만 굳이 위험 부담을 지면서 국내 주식에 투자하느니, 수익률이 화끈한 코인으로 속 편하게 돈을 벌자는 생각"이라며 "증권사 직원들에게는 일석이조인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상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코인 변동성이 큰 만큼 고객 돈을 관리하는 증권사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코인 투자에 몰입하게 되면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직원이라고 해서 코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서 투자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이들도 ‘코인 개미’처럼 단타 매매에 빠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은 이미 2018년 1년에 임직원들에게 사내 공지를 통해 ‘변동성이 심하고 본질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운 만큼 관련 가상화폐 투자를 고객에게 권유하거나 직접 투자하는 것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세계적인 투자은행(IB) 등이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취급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비트코인이 급등하자 이런 지침은 자연스레 유명무실하게 됐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가상화폐가 법적으로 어떤 자산인지 명확히 정의가 안 돼 있고, 가상화폐 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어 회사에서 개인의 투자를 강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관계자도 "2018년 이후로 따로 공지를 낸 적은 없다"고 밝혔다.
코인뿐만 아니라 해외주식도 증권사 임직원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애용하고 있다. 미국 주식만 해도 국내 주식과 달리 3배 레버리지 상품도 있는 데다 상·하한선이 없어 변동성이 커 국내 주식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 국채 금리가 진정되면서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자 더욱 환영받는 투자처가 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직원은 "2019년 모 대형 증권사 소속 연구원이 선행매매 사태로 징역형을 받자, 차명계좌와 선행매매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더욱 생겼다"라면서 "자기 명의 계좌로 선행매매 이슈를 피해갈 수 있는 해외주식도 증권사 직원들이 즐겨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이다비 기자(dab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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