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원내대표 이모저모

與 원내대표 경선…'친문 핵심'윤호중 vs '쇄신 기치'박완주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3파전으로 예상됐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윤호중 의원(4선ㆍ경기 구리)과 박완주 의원(3선ㆍ충남 천안을)의 맞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후보등록이 시작된 12일 오전 안규백 의원(4선ㆍ서울 동대문갑)이 갑작스럽게 선거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다. 이날 오전 9시 언론에 ‘출마선언문’ 보도자료를 배포했던 안 의원은 출마 선언 회견이 예정됐던 오전 10시 30분 돌연 “당은 훌륭한 분께서 잘 이끌어가실 것”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레이스를 멈췄다.

이해찬 당 대표 시절 당 사무총장을 맡아 지난해 총선 공천을 주도했던 윤 의원은 대표적인 친문 인사다. 반면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으로 86그룹으로 분류되는 박 의원 역시 크게 보면 범친문이자 당 주류그룹에 속하지만 계파색은 윤 의원에 비해 옅다는 평가다. 박 의원은 민주당 대선 주자 빅3(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총리)중에선 이 전 대표와 가까운 편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정세균계인 안규백 의원이 하차하면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친문 핵심과 주도세력 교체를 도모하는 주변부의 맞대결 양상이 펼쳐지게 됐다”고 말했다.

4ㆍ7 재ㆍ보궐선거 참패 수습책을 둘러싸고 당 내에서 맞붙어 있는 두 갈래의 주장 가운데 윤 의원은 “질서 있는 재정비” 주장과, 박 의원은 “강도 높은 인적 쇄신” 흐름과 맞닿아 있다.

중앙일보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원내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 출마가 예상됐던 안규백 의원이 돌연 불출마하면서 이번 선거는 윤 의원과 박완주 의원의 맞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오종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오전 출마 회견은 윤 의원이 먼저했다. 윤 의원은 “변화된 민주당의 모습으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반드시 네 번째 민주 정부를 만들어 내겠다”며 “총선 후 1년이 지난 지금 민주당의 문제에 대해 철저히 평가하는 자리를 만들겠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법을 만들고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입법 청문회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친문 핵심 의원인 만큼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평가된다. 지난 총선때 공천을 총괄한 만큼 당 내 대부분의 초선 의원들이 그에게 신세를 진 게 사실이다. 또 친문·친이해찬 색깔이 겹치는 김경협 의원(3선ㆍ경기 부천갑)과 사전 단일화를 끝냄에 따라 박 의원에 비해 “시드머니(지지 의원 수)는 두둑하다”(수도권 초선 의원)는 평가다.

그러나 재·보선 전까지만 해도 당선 보증 수표처럼 보이던 뚜렷한 친문 색채가 지금은 부담이 되고 있다. 선거 참패 이후 당내에선 중진(노웅래·이상민 의원), 재선그룹(박용진ㆍ조응천 의원)을 중심으로 인적 쇄신론이 불붙고 있는 상황이다. 윤 의원은 이날 ‘친문 책임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그 책임감 때문에 당을 제대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당을 단합시키면서 혁신할 수 있는 적임자로 여러 의원이 저를 선택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2030 초선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가 지지층의 반발을 산 ‘조국(전 법무장관) 사태’와 관련해서는 “이미 1년 반 전에 있던 일이라 개인적 평가는 하지 않겠다”고만 반응했다.

경쟁자인 박 의원은 “지난 1년간 민심 이반에 침묵하고 방관했던 것을 반성한다. 저부터 변화하고 혁신하겠다. 변화와 혁신에는 골든타임이 있고, 그 출발은 민주당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당내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박 의원은 옛 김근태계(GT계)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당내 최대 연구모임 ‘더좋은미래’를 조직적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충청권을 대표한다.

중앙일보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 의원은 “친문-비문 나누는 프레임 자체가 국회 정치이고, 혁신의 대상”이라고 말했지만 재·보선 이후 쇄신론의 여파로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게 사실이다. 박 의원은 “당 주도의 실질적 당·정·청 관계를 정립하겠다”며 “내부 총질이라는 비난과 낙인이 두려워 우리 스스로 입과 귀를 막으면서 자정 기능을 상실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나만 옳고 너는 틀리다는 오만과 독선에서 탈피해 건강한 비판이 작동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지난 9일 열렸던 민주당 초선 모임에 이어 이날 재선 모임에도 얼굴을 보였다. “재ㆍ보궐 선거 원인 제공 시 후보를 내지 않도록 당헌ㆍ당규 재개정”, “야당과의 상임위원장 배분 재논의를 통한 정치 복원” 등도 내걸었다. 그는 조국 사태 등에 대한 소신 발언이 친문 극성 지지층의 비판으로 돌아오는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위압적이고 고압적인 위험을 느끼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정상적 정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안규백 의원의 불출마도 박 의원에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박 의원과 안 의원이 명시적인 제휴나 단일화를 한 건 아닌 걸로 안다”면서도 “그동안 친문 핵심 인사들 중심의 폐쇄적 당 운영에 불만이 적지 않았던 정세균계 의원들의 표심이 박 의원에게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