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5만 달러 송금' 요구 잇따라…내부 지침만으로는 한계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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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국종환 기자,민선희 기자 = 은행권에 중국인 비트코인 환치기 주의보가 내려졌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상승하자 ‘환치기’로 의심되는 사례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일부 은행은 영업점에 ‘송금을 거절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만 별다른 물증 없이 외환거래를 차단할 방법이 없어 대응 방안을 고심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 지점마다 해외송금을 하려는 중국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간 해당 은행과 거래한 적도 없지만 4~5명씩 현금을 들고 몰려와 중국으로 송금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대개 이들은 개인별 연 최대 해외송금 한도인 5만 달러(12일 기준, 5620만5000원) 가까이 송금하러 은행을 방문한다.
은행권에선 최근 영업점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모습이 지난 2018년 비트코인 환치기 사례와 유사하다고 한목소리로 전했다.
환치기(불법 외환거래)는 통화가 다른 두 나라에 각각의 계좌를 만든 후 한 국가의 계좌에 입금하고 다른 국가에서 해당 국가의 환율에 따라 현지화폐로 인출하는 수법이다. 예를 들어 한국과 중국에 계좌를 만든 후 외국환은행을 거치지 않은 채 한국에서 원화로 송금하고 중국에서 위안화로 인출하는 식이다. 외환 당국의 감시를 피해 환수수료도 없이 사적으로 외환을 거래하는 수법으로 국부 유출로 간주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최근 은행 지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우리나라와 해외의 비트코인 시세 차이를 뜻하는 일명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중국인들의 '비트코인 환치기'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우리나라가 해외보다 대략 15% 정도 비싸게 거래된다.
은행권에선 이들이 중국에서 위안화로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국내 거래소로 전송 수수료만 부담한 후 국내에서 비트코인을 판매해 차익과 함께 중국으로 다시 보내고 있는 구조로 보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정황상 2018년 비트코인 환치기로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B은행 관계자도 “아마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는 가상화폐 투자로 인한 송금 사례가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은행에서 중국인들의 송금에 대해 ‘비트코인 환치기’로 의심하는 이유는 거래 내역이 전혀 없는 이들이 출처나 용도가 확인되지 않은 자금을 송금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까닭이다.
비트코인 환치기로 의심되는 사례가 늘자 은행권 역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영업점에 환치기로 의심될 경우 송금을 거절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A은행 관계자는 “자금출처가 이상하면 '주거래은행으로 가라'고 안내를 하거나 '당국에서 (송금을) 제한하는 것이라 힘들다'고 응답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 B은행 관계자도 “해외송금 시 금액에 상관없이 거래 목적과 송금 사유에 대한 확인 의무를 철저히 하라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C은행 관계자도 “연간 5만 달러 이내의 자금은 증빙서류 없이 송금이 가능하지만 자금 출처가 확인할 수 있는 때에만 송금을 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 지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D은행 관계자는 “수취인이 개인이고 송금인이 생활비를 보낸다고 주장하면 확인할 수가 없어 실무자가 송금을 거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은행 관계자 역시 “의심거래라는 표현대로 금융기관에선 ‘의심스러운 거래’의 정황을 보고할 뿐이며 불법 재산이라는 물증을 확보할 수 없어 외환거래를 차단할 방법은 없기에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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