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산호초로 몰려든 어선 200척
서해 꽃게잡이철마다 해경선 습격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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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중국 어선 200여척이 필리핀 수역 내 산호초를 점거하고 두달 가까이 물러나질 않으면서 양국간 해상영유권 분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중국정부는 단순히 풍랑을 피하기 위한 대피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필리핀 정부는 이들이 중국군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해상민병대라고 보고 있는데요. 미국 또한 항공모함을 남중국해에 파견하면서 중국 해상민병대 활동에 대해 강한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위치한 휘트선 산호초를 둘러싼 중국 어선 200척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 지역의 필리핀 군대, 공공 선박 또는 항공기에 대한 무장 공격은 미국-필리핀 상호 방위조약에 따른 우리의 의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발언했죠. 필리핀의 EEZ를 멋대로 침범하고 실효지배권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계속되면 군사적 개입도 가능하다는 경고를 날린 셈입니다.
앞서 지난 2월 말 휘트선 산호초로 들어간 중국어선들은 닻을 내리고 두달 가까이 꼼짝도 않고 있죠. 중국 정부는 풍랑을 피하기 위한 어선들의 대피활동이라 주장 중이지만, 이 선박들이 조업을 한 흔적도 전혀없는데다 어민들도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 필리핀 정부의 주장입니다. 이들은 단순 어선이 아닌, 중국군 산하의 해상민병대라는 것이죠.
서해 꽃게잡이철 해경선 습격하는 해상민병대[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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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상민병대의 행패는 사실 필리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매해 당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서해 꽃게잡이철만 되면 수백척씩 떼를 지어 몰려와 순시선과 해경선을 들이박고, 폭력을 행사하곤 하는데요. 이들은 단순 어민들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전술훈련을 받고, 정부로부터 보조금까지 지급받고 있는 정식 해상민병대로 알려져있습니다.
원래 해상민병대는 구소련시절, 적국의 대형전함을 상대하기 위한 게릴라전의 일환으로 창설됐는데 소련에 유학 중이던 공산당 장교들에 의해 중국에도 유입됩니다. 이후 1940년대 국공내전 당시 해군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정식으로 창설됐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해상민병대는 현재 약 30만명 규모로 성장한 상태로 2013년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노고를 치하한다며 해상민병대 부대들에 순시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남중국해 전역에서 중국군의 선봉을 자처하면서 적국 함대의 이동상황이나 산호초 매립, 군사기지 건설 등에도 활발하게 동원되고 있습니다. 국제법상 상대국 해군이나 해경 입장에서는 표면적으로는 민간인인 이들을 직접 물리력으로 제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악용해 활동범위를 넓혀가면서 중국의 실효지배권을 강화하는데 쓰이고 있는 것이죠.
中 남중국해서 '회색지대 전략' 심화...우발적 군사충돌 가능성 높아져[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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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정규부대가 아닌 민병대를 활용해 전시가 아닌 상태에서 전략지역을 잠식하는 전략을 '회색지대 전략(Gray Zone)'이라 부릅니다. 해당지역을 평화(백색)도 전쟁(흑색)도 아닌 중간단계의 혼란한 상태로 만들고 민병대를 동원해 전략지역들을 점거하며 자국 이익을 챙기는 것이죠.
회색지대 전략을 대표적으로 활용한 국가는 러시아입니다.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 당시 약 3만명의 러시아 민병대가 투입돼 우크라이나 동부 주민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크림반도의 군사적 점령을 성공한 바 있죠. 중국은 이러한 러시아의 전략을 답습하면서 미국이나 다른 동맹국들이 군사적인 반격을 주저하는 동안, 남중국해 지역의 실효지배권을 넓혀나갈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활동들은 동남아시아 각국의 신뢰도 또한 크게 떨어뜨리고 있죠.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중국과 친밀도가 높았던 국가들이 모두 미국과 다시 가까워지며 중국을 경계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남중국해상에서 미군과 동남아 국가들간의 군사훈련도 빈도와 강도가 모두 높아지고 있죠. 자칫 우발적인 군사충돌이 벌어질 경우, 확전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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