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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세모녀 살인' 김태현, 범행 1주일 전부터 살인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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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2021. 4. 9. 한주형기자


'노원구 세 모녀 살인' 피의자 김태현(만 24세·구속)은 온라인게임을 하며 이성적 호감을 느낀 피해 여성이 자신의 연락을 피하자 범행을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또 평소 잘 쓰지 않던 게임 계정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그의 근무 일정을 파악하는 등, 범행 일주일 전부터 구체적인 범행 준비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9일 경찰은 김태현을 살인·절도·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한 후 그간 파악된 범행 경위를 밝혔다. 김태현은 지난해 온라인게임을 하며 살해된 세 모녀 중 큰 딸인 피해자 A씨를 처음 알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1월부터 SNS로 문자·음성 메시지를 주고 받다 올해 1월 초 강북구 모처에서 둘이 만나 PC게임을 했고같은 달 중순 또 한번 만남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월 23일 김태현은 A씨와 평소 게임을 즐기던 지인 2명 등 총 4명과 저녁 식사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A씨는 김태현과의 연락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태현은 그 다음날인 1월 24일 A씨를 만나기 위해 그의 집 근처로 찾아갔지만 피해자로부터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김태현은 이후에도 공중전화 통화나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를 통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법 등으로 A씨에게 연락을 취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연락을 차단하고 받지 않고 만나려 하지 않는 데 화가 나고 배신감을 느껴서 살인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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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 세 모녀 살해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와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있다.


경찰은 김태현이 지난달 16일께부터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평소 잘 쓰지 않던 게임 계정으로 닉네임을 바꿔 피해자에게 접근해 그의 직장 근무일정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김태현은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의 피해자 집 근처의 PC방을 들렀다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훔친 후 A씨 집을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태현은 퀵서비스 기사인척 피해자 집을 찾았고 A씨의 여동생이 문을 열자마자 집안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시 이웃주민이 비명소리를 들었지만 경찰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주민은 "복도식 아파트다보니 변태가 출현한 것으로 생각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태현은 이날 여동생과 어머니, 피해자 A씨를 살해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태현은 경찰 조사과정에서 "A씨 살해에 필요하다면 가족들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범행 직후 그는 A씨의 휴대전화에서 공통으로 아는 지인의 SNS친구계정을 삭제했다. 해당 행위 직후 자해를 시도했고 얼마간 후 의식을 차리자 재차 자해를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고 도주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김태현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와의 관계에 대해 "게임을 하면서 팀으로서 마음이 잘 맞았다"며 "게임 진행, 채팅, SNS 소통을 하며 지금 연인관계는 아니지만 여자친구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김태현의 범행은 스토킹 범죄로 봤지만 스토킹범죄처벌법은 적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스토킹범죄처벌법은 올해 10월 시행된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면담과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과 나오면 이를 검찰이나 법원에 보낼 예정이다. 김태현은 이날 오전 도봉경찰서에서 동부구치소로 이송되기 전 경찰서 앞에서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있는 것도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정말 죄책감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김태현 사건은 앞으로 북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임종필)이 맡는다. 검찰은 "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안인 만큼 기소 후 간략한 수사결과를 알릴 예정"이라며 "범죄피해자 지원을 위해 긴급 장례비 1200만원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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