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적은 공급량
원화만 되는 폐쇄적 거래소
부동산·증시광풍 뒤 마지막 투자처
공격적 투자 성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지난 6일 오전 9시40분 국내 국내 가상통화(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7950만원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시간 미국 가상통화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비트코인은 6282만원에 거래됐다. 국내 거래소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무려 1598만원, 20% 이상 비싼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비트코인이 상승세를 타면서 김치 프리미엄도 커지기 시작했다. 김치 프리미엄이란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과 글로벌 비트코인의 시세 차이를 의미한다. 탈중앙화를 목적으로 비트코인이 만들어졌지만 거래소 별로 이용자 수, 국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약간의 시세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외신이 김치 프리미엄에 관심을 가질 정도로 유독 한국에서 비트코인이 비싸게 팔리는 경우가 많다. 유독 두드러지는 김치 프리미엄은 왜 생기는 것일까.
공급 자체가 적어 거품이 끼기 쉬운 구조먼저 국내에서 유통되는 비트코인의 공급량 자체가 적다. 이미 전체 비트코인의 90%를 소수 채굴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중 매우 적은 비트코인만이 국내 시장에서 유통된다는 것이다. 이병욱 크라스랩 대표는 "공급량이 커서 많으면 가격 변동이나 거품이 낄 가능성도 낮아진다"며 "지금 국내 가상통화 시장 구조상 매수세가 조금만 몰려도 거품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9일 오전 8시30분 기준 업비트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거래량이 많은 거래소지만 24시간 비트코인 거래대금은 6639억원으로 전체의 1.1% 수준밖에 안 된다.
폐쇄적인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또한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도 폐쇄적 시장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에서 투자하기 힘들어 국내 거래소에만 머무는 것이다. 국내 거래소는 해외 거래소와 달리 테더 코인 등 법정 화폐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거래를 막고 원화만 허용한다. 원화 거래에 익숙한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에서 투자할 엄두조차 생기지 않는다. 또한 국내 가상통화 투자자들은 달러를 대량으로 구매하기도 어렵고 해외로 반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거래소가 굳이 해외로 진출하고 제휴를 맺을 경제적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가상통화 시장이 더욱 폐쇄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증시 폭등…남은 건 가상통화 뿐수요 측면에서 보자면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맞아 떨어졌다. 최근 들어 부동산과 증시의 활황으로 인해 자산 가격이 폭등했다. 지금 부동산을 도전하기엔 가격이 부담스럽고 주식을 시작하기엔 고점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이에 자산 가치를 키우기 위해 가상통화 시장에 몰려드는 것이다. 실제로 빅데이터 분석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가상통화 앱 이용자 312만명 가운데 자산을 보유하기 어려운 2030 이용자가 59%를 차지한다.
공격적 성향 국내 투자자들과 궁합가상통화 시장이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국내 투자자와 알맞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부터 주식시장에서 공격적 성향을 보였던 투자자들이 장 마감이 없고 등락폭 제한도 없는 가상통화 시장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에선 50% 이상씩 폭등하는 알트코인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동안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대형 코인은 뒤로 밀려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국내 가상통화 시장은 특이하게도 비트코인이 아닌 알트코인이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 프리미엄은 폭락의 전조 현상…투자 유의해야김치 프리미엄이 폭락의 전조 현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투자자들은 김치 프리미엄을 소위 거품으로 인식하고 있어 김치 프리미엄이 높아질수록 시장이 불안해지고 매도세가 강해진다. 실제로 2017~2018년 가상통화 광풍 당시 김치 프리미엄은 54.48%까지 올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18년 1월 비트코인은 고점 대비 약 60% 하락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치 프리미엄이 높아질수록 조정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아직 김치 프리미엄이 모두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정이 다시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