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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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산업 25%, 진양화학 21% 폭락
가장 부각된 건 오세훈 서울시장 테마주다. 8일 진양산업은 전날보다 24.58% 급락한 6350원에 거래를 마치며 한 달 전 주가로 되돌아갔다. 테마주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달 26일 고점(9500원)보단 33.2% 폭락했다. 진양화학도 지난달 말 683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날 20.79% 내려 4990원에 마감했다. 이들 종목은 오세훈 테마주로 분류된다. 양준영 진양홀딩스 부회장이 오 당선인과 고려대 동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MBC 앵커 출신이란 이력만으로 테마주로 묶인 iMBC는 이날 1.87% 하락했다. 지난 1월 12일엔 6840원까지 치솟았지만, 8일 종가는 고점보다 42% 빠진 3935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정치 테마주는 일반적으로 '기대감→소문→급등→폭락' 순으로 움직인다. 이낙연 테마주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종로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이낙연 테마주로 꼽혔던 남선알미늄은 급락했다.
이 회사는 당시 이 후보의 친동생이 남선알미늄 계열인 SM그룹 삼환기업 전 대표란 이유로 테마주로 떠올랐다. 총선을 앞둔 지난해 4월 6일 주가는 6900원까지 뛰었지만, 총선 다음날인 16일 10.41% 내린 4475원에 마감했다. 열흘 만에 35% 폭락했다.
선거 이벤트 소멸은 과거의 학습 효과가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16~19대 대선 기간 70개의 정치 테마주를 분석한 결과 선거가 끝나면 당선이나 낙선과 관계없이 주가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패턴을 보이는 건 정치 테마주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 식 궤변을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실적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여기엔 작전 세력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19대 대선 정치 테마주 147개 중 33개 종목에서 불공정 거래 혐의가 적발됐다. 흔히 수법은 학연·지연·혈연으로 엮어 기업 대표가 '정치인과 친하다'는 식이다. 하지만 대부분 실질적인 연관은 없다. 진양화학은 2018년 "오세훈 후보와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주가는 계속 출렁였다.
‘오세훈 테마주'로 급등락한 진양산업 주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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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관심, 윤석열·이재명株로 향해
문제는 한탕을 노리고 뒤늦게 합류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수 있단 점이다. 실제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엔 "선거 당일 오세훈에 걸었다가 물렸다" "2000만원 부었다가 손절했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한국거래소가 19대 대선 테마주 224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투자자의 96.6%는 개인 투자자였다. 개미는 전체의 83%인 186개 종목에서 손실을 봤고, 평균 손실액은 계좌당 61만7000원이었다.
그런데도 정치 테마주를 좇는 개미의 관심은 벌써 대선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지율 조사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테마주가 들썩이는 것이다.
8일 크라운제과는 전날보다 13.87% 급등했다. 윤석빈 대표이사가 윤 전 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 종친으로 알려져서다. 이재명 테마주로 묶인 오리엔트정공도 이날 10.87% 뛰었다. 이 지사가 오리엔트정공 계열사인 오리엔트시계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일했다는 소식에 테마주로 묶였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정치 테마주의 끝은 좋을 수가 없다"며 "실체 없이 루머에 따른 기대감만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투자에 나섰다간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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