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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또 스토킹이었다…“여성들이 죽어간다” 외치는 시민들의 분노[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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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모녀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씨(25)가 4일 구속됐다. 김씨는 ‘퀵서비스’를 가장해 피해자들 집에 침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범행 전 큰딸 A씨를 수개월간 스토킹했다. 김씨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글에 24만여명이 동참했다.

서울북부지법은 이날 서울 노원경찰서가 신청한 김씨의 구속영장을 “도망할 염려 및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발부했다. 앞서 김씨는 이날 목과 왼손에 보호대를 한 채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가족을 살해할 계획이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했다. 김씨는 영장심사에서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60대 여성과 20대 딸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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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인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4일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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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인터넷 게임으로 알게 된 큰딸 A씨와 오프라인에서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이후 A씨 집 앞을 찾아가거나 문자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보내는 등 지속적으로 스토킹했다. A씨는 사망 전 지인에게 “집 갈 때마다 돌아서 간다. 1층서 스으윽 다가오는 검은 패딩”이라며 김씨의 스토킹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했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A씨 여동생이 집에 혼자 있을 때 ‘퀵서비스’라며 초인종을 눌러 A씨 집에 침입했다. 김씨는 A씨 여동생을 살해한 뒤 기다렸다가 A씨 어머니(60)가 귀가하자 살해했고 이후 집에 돌아온 A씨까지 살해했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오후 A씨 지인으로부터 “친구와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서 세 모녀의 시신과 함께 흉기로 목 부위 등을 자해한 김씨를 발견했다. 김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김씨가 살던 서울 강남구 자택을 압수수색했으며, 지난 2일에는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던 김씨를 체포했다.

김씨가 A씨를 스토킹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김씨 신상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노원 일가족 3명 살인사건의 가해자 20대 남성 신상 공개 촉구 바랍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으며 4일 오후 3시 기준 24만50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하루에도 수십명씩 여성들이 죽어간다”며 “ ‘안 만나줘서’ ‘그냥’ ‘약하니까’ 등 상대적 약자라는 이유로 많은 범죄에 노출돼 있다”고 했다. 경찰은 5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김씨 신상 공개 여부를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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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노원 일가족 3명 살인사건의 가해자 20대 남성 신상 공개 촉구 바랍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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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시행을 앞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있었다면 김씨의 스토킹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상 경범죄로 분류돼 10만원 이하 벌금 등으로 처벌됐다. 스토킹처벌법안은 1999년 처음 발의된 이후 지속적으로 제안돼 왔지만 애정표현과 구분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다 지난달 24일 통과됐다.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피해자 신고 시 경찰이 즉각 접근금지 등의 긴급조치를 하고, 스토킹 재발 우려 시 스토킹 행위자를 유치장 등에 가두는 조치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등 피해자 보호절차도 마련됐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스토킹처벌법이 통과되면서 이번 사건처럼 메시지를 보내거나 집 앞에 찾아오는 등 원치 않는 접촉을 지속하는 경우 경찰이 적극적으로 조치할 필요가 생겼다”며 “기존에는 폭행이나 상해 등 유형의 폭력이 없으면 처벌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스토커 구속 등 다양한 조치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피해자들도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오경민 기자 5km@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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