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들과 달리 개인 투자 대부분…현지인 가족도 '못 떠나는 이유'
계엄령 발효 이후 텅빈 흘라잉타야 산업단지의 한인 봉제공장 생산라인.2021.3.16 |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 유혈 사태 악화와 관련해 서구 일부 국가에 이어 한국 정부도 현지 교민들에게 철수를 권고하면서 교민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노르웨이를 비롯해 미국, 독일 등이 미얀마 주재원 또는 비필수 업무 공무원 및 가족들에게 미얀마를 떠날 것을 강력히 권고하거나, 소개령을 내렸다.
한국 외교부도 지난 3일 미얀마 전 지역의 여행경보를 3단계(철수 권고)로 상향 조정하고, 이 지역으로의 여행을 취소·연기하고 이미 체류 중인 경우에도 긴요한 용무가 아닌 한 철수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양곤 등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주재원들도 잇따라 철수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군경의 유혈 진압 강도가 거세진데다, 지난달 31일 신한은행 양곤지점의 현지인 직원이 총격으로 숨진 사건도 작용했다.
교민들을 상대로 항공권 발급 업무를 해 온 양곤 H 여행사 관계자는 귀국 수요 대부분은 한국 대기업 및 중견기업 주재원들과 가족들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현지에 사업체를 둔 교민들은 사정이 다르다.
미얀마한인봉제협회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미국이나 일본, 싱가포르, 유럽 국가는 대규모 국가 투자 또는 대기업 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면서 "정부나 대기업에서 파견된 주재원들은 위험하면 그냥 나가면 되고, 상황이 조금 안정되면 돌아와 다시 일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한국 교민의 경우, 국가나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 현지에 투자한 경우가 월등하게 많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정국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그냥 나갈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양곤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장모씨는 "우리나라 사업자들 대부분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쉽게 떠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내 돈을 들여서 일군 사업체가 이 땅에 있는데 놔두고 나갈 수가 없다"고 했다.
양곤에서 사업체를 경영하는 가모씨 역시 어느 나라나 주재원들은 위험하면 나가면 된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 사업가들은 옆에 폭탄이 떨어져도 절대 나갈 수가 없다. 자기 재산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국-미얀마 다문화 가정 모임인 '다가모'의 한 관계자는 "다가모 회원들은 모두 미얀마 부인이나 남편을 둔 미얀마에서 가정을 꾸민 사람들인데 아무리 위험해도 나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가도 우리나라 친척 집으로 가야 하는데 얼마나 오래 있을 수 있겠느냐"면서 우리 정부의 출국 요청은 회원들에게는 먼 얘기라고 덧붙였다.
양곤에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던 중 느닷없는 쿠데타 발발에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는 강모씨는 "마지막엔 내란이 일어날 것이고 더 혼란스러워지면 약탈이 일어날 수도 있다"면서 "그런 상황이 되더라도 남아서 지켜야 한다"고 비장한 심정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강씨는 "아니면 여태까지 이뤄놓은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며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2134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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