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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아버지 살해당한 미얀마 대위 한조툰의 슬픈 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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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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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등에 공유된 이 사진은 한 조툰 대위의 페이스북에 여전히 남아 있다. /한조툰 대위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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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넷] “때때로, 업보는 기다리지 않는다.”

3월 하순 한국 인터넷커뮤니티에 올라온 미국 인터넷커뮤니티 레딧의 글과 사진이다. 원 게시물은 그리 많은 정보를 담고 있진 않다.

한 미얀마 청년의 페북 게시글 캡처와 미얀마 거리에 방치된 시신, 그리고 이 청년이 미얀마어로 남긴 “아버지…”라는 게시글이다.

청년은 미얀마 장교로 복무 중이다. 청년의 페이스북 바탕화면엔 부모와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다.

레딧에 간략하게 정리된 이 청년의 업보(karma)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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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삭제된 한조툰 대위와 아버지가 함께 찍은 사진/레딧


미얀마 양곤에 진입해 무참하게 시민을 학살하고 있는 부대는 77보병사단인데, 이 청년은 77사단의 장교로 복무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부대가 이 청년장교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것이다. 결국 동료 군인들이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업보를 그가 받고 있다는 것이다.

레딧에 올라온 이 미얀마 군인의 사연은 한국에선 ‘미얀마 77사단 대위 한 자오 툰의 슬픈 운명’ 등이 이름으로 공유되었다.

사실일까. 일단 이 게시물의 진위를 추적하는 누리꾼의 움직임이 있었다.

‘비극적인 미얀마 군인 아버지 죽음의 전말’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대위의 페이스북 계정이 삭제되었다고 되어 있는데 페이스북 계정은 남아있었다.

다만 레딧에 캡처된 부모와 함께 찍은 사진이나 아버지를 언급한 게시물, 77사단 장병들과 찍은 사진 등은 논란이 되자 지운 듯 하다.

“어떻게 죽은 아버지 사진까지 올리냐”며 관종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애초의 게시물을 유심히 보면 시신 사진은 이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것이 아니라 나중에 게시물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별도로 붙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새로 바뀐 한조툰 대위의 프로필 이미지는 가족 모양의 음영을 배경으로 ‘We Are 55’, 그리고 총을 든 군인 위에 ‘7.3.21. Revenge’라고 적혀 있다. 아마도 자신은 77사단 소속이 아닌 55사단(역시 양곤 시위진압에 투입된 부대이긴 하다)이며, 3월 7일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복수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누구에게?

한조툰 대위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벌어진 사건의 진상이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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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조툰 대위가 바꾼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 레딧 등에 캡처된 과거 프로필 사진엔 프로필 배경엔 부모와 찍은 사진이 있었다. 3월 7일 발생한 사건에 대해 총을 든 군인이 복수를 하겠다 정도의 내용으로 읽힌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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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모아 한국미얀마연대 대표의 도움으로 페이스북 게시물 댓글 및 현지 보도를 살펴보았다.

“한조툰 대위의 아버지는 쉬르곤 대탑에서 자동차 정비 일을 하고 있었는데, 군인들이 자동차를 징발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자동차 열쇠를 내달라고 하니, 이분이 ‘대탑에 관계되지 않은 일에 (자동차를) 사용할 수 없다’며 거절했고 그 뒤 귀갓길에 거리에서 군인들이 죽여 버렸다고 돼 있네요.”

한조툰 대위의 프로필 이미지를 본 조모아 대표는 “그러나 현지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에겐 대위의 아버지를 죽인 건 군인이 아니라 시위를 벌이고 있는 폭도들이라고 세뇌했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조툰 대위가 페이스북상에 자신의 소속부대 등을 밝힌 게시물을 올려놨으니, 그걸 본 시민이 대위의 아버지를 죽이고 군인들에게 뒤집어씌웠다고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는 익숙한 마타도어다.

1980년 5월 당시 광주 송암동 일대에서 상대방을 시민군으로 오인해 사격전을 벌여 죽인 진압군들이 보복으로 인근의 동네를 뒤져 무고한 청년들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한국의 전두환처럼 윗사람들이 문제다. 사람을 많이 죽이면 직책이나 지위가 올라가니까 결국 누군가의 아들이고 아버지인 군인들을 잔혹한 학살로 내몰고 있다.”

조모아 대표는 “진실이 밝혀지고 오늘의 비극이 잊히지 않도록 한국 시민의 많은 관심과 도움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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