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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600만원 투자하면 1800만원 보장”…경찰, ‘가상화폐 거래소’ 사기 수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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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등 가상화폐(암호화폐) 광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가상화폐 거래소를 가장한 불법 다단계 사기 업체가 경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이곳을 이용하는 회원은 2만명, 거래소 오픈 후 6개월간 본사에 입금된 전체 금액은 2조4000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이 업체는 한 계좌당 수백만원을 투자하면 반년 만에 3배로 불려주고, 새로운 회원을 모집해오면 각종 수당을 지급하겠다며 회원들을 끌어모았다. 금융감독원에도 관련 민원이 다수 접수된 상태다.

2일 금융권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최근 A 업체의 이모(31) 대표와 이사진, 주요 모집책 등에 대해 사기, 유사수신, 방문판매법 위반, 전산장부조작 등의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 업체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피해 상황과 피해 규모 등에 대해선 수사 중인 사안인 데다, 향후 피해 회복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에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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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을 형상화한 이미지 컷.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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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업체는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플랫폼인 ‘가상화폐 거래소’를 표방했다. 겉으로는 비트코인·리플·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화폐도 거래할 수 있도록 모양새를 갖추고는 있으나, 사실상 불법 다단계 코인 사기업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곳 회원들은 가입 시 무조건 600만원을 들여 1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이 업체는 6개월이 지나면 배당금 명목으로 300%인 1800만원의 수입을 보장하며, 지인을 소개하면 120만원의 소개 수당을 지급한다고 홍보했다. 이런 배당금과 각종 지인 소개 수당 등은 A 업체가 자체 발행한 코인으로만 지급된다.

피해자 B(41)씨는 "지난해 8월 오픈 초기에는 수당이나 배당금이 지급되면서 이를 인증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기는 했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급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거나 아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C(50)씨는 "돈이 들어오지 않아 불안한 마음에 환불을 문의하면, 관련 정책이 까다롭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환불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한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돌려막기’ 구조의 다단계 수법이라고 지적한다. 오픈 초반에는 회원들이 들어오면서 투자금이 모이기 때문에 초기 가입자들에게 각종 수당이 정상적으로 지급되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들어오는 회원의 돈은 묶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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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업체의 배당금, 소개 수당 지급 관련 안내문. 이 업체는 6개월이 지나면 배당금 명목으로 300%인 1800만원의 수입을 보장하며, 지인을 소개하면 120만원의 소개 수당을 지급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A 업체는 전국에 100여개의 센터를 두고 오프라인 설명회를 개최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상대적으로 적발되기 쉬운 온라인 홍보나 영업은 하지 않는 등 깜깜이식으로 운영했다.

A 업체는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등록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다단계판매업을 운영하기 위해서 사업자는 현행 방문판매법에 따라 공정위나 관할 지자체에 사업 등록을 해야 한다. 미등록 유사 다단계업체는 불법이다.

현재 수백명의 피해자를 모아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대건 관계자는 "피해자 연령대는 30~70대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다"며 "우리가 파악 중인 사례 중에는 1인당 피해금이 최대 4억8000만원(80계좌)에 이르는 것도 있고, 가족들까지 합치면 6억(100계좌)이 넘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추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난해 10월부터 소셜미디어(SNS) 밴드를 개설해 주의가 필요하단 점을 알리고 있다"며 "현재 이 밴드에만 500명이 넘게 가입돼 있고, 지금도 피해와 불안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도 관련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 그러나 유사 수신과 관련해서는 민원을 접수해도 금감원이 조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한계가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A 업체와 유사한 사건의 경우) 금감원이 조사하거나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수사기관에서 수사해야 할 몫"이라며 "금감원은 민원이나 상담이 접수됐을 때 채무자지원제도나 소송대리인제도 등을 안내해주거나 검찰 등 수사당국에 수사를 의뢰하는 수준의 조처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측의 주장과 다르게 A 업체 측은 "배당금이나 지인 소개 수당 등으로 지급되는 코인의 경우, 우리가 자체 발행한 것이 아니라 별개의 회사가 발행한 것"이라며 "우리는 그 코인을 상장시켜주고, 매매가 체결되면 수수료만 받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회원들의 모집과 배당금 지급 등과 관련한 홍보 방식의 문제는 해당 코인을 발행한 업체에서 담당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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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억원대 가상화폐 투자 사기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6년을 선고 받은 ‘코인업’ 대표 강모씨가 2019년 3월 12일 당시 영장실짐심사를 받으러 가기 위해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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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관련 사기가 기승을 부리자, 금융당국도 관련 대책을 내놓기는 했다. 지난달 25일부터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로 등록하려는 거래소는 앞으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반드시 신고해야 하고,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를 의무적으로 발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법의 취지가 가상화폐 거래소의 돈세탁이나 테러자금 모집을 막는 것에 있다 보니, A 업체와 같은 사기성 코인·거래소·다단계 사기를 방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업체와 유사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은 수년째 계속해 발생하고 있다. 앞서 가상화폐 발행업체인 ‘코인업’은 2018년 8월부터 2019년 2월까지 2~3개월만 투자하면 200%가량의 수입을 보장한다며 다단계식으로 수천명의 사람들을 끌어모아 4500억원대 투자 사기를 벌였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코인업 대표 강모(54)씨에 사기 등 혐의로 1심과 같은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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