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미얀마군, 학살 실상 덮으려 기자에도 총격…"최소 56명 체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눈에 안 띄려 기자 헬멧·조끼 없이 시위대와 섞여

"탄압 증거 채집 위해 위험해도 계속 취재할 것"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가 무자비한 학살 실상을 덮으려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얀마 시위 현장 취재하는 사진기자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열흘 후 언론에 '쿠데타', '군사정부'와 같은 용어를 기사에 싣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언론이 군부의 명령에 순응하지 않자 아예 표현의 자유 말살에 나섰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로 미얀마 군부는 AP 통신과 BBC 방송 소속 기자를 포함해 최소 56명의 언론인을 체포했다. 반(反) 쿠데타 시위대를 취재하던 사진기자 3명이 총상을 입기도 했다.

심지어 군사정부는 휴대전화 데이터 서비스를 끊으며 시위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달할 수 없도록 했다.

우 스웨 윈 '미얀마 나우' 편집국장은 "미얀마가 북한처럼 될까 봐 매우 우려스럽다"라며 "군사정부는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리지 못하도록 탄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군사 정부는 지난 1962년 정권을 잡았을 때도 반대 세력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전력이 있다.

그러던 중 준 민간정부가 들어선 2012년부터는 값싼 휴대전화가 광범위하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후 페이스북이 정보 교환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온라인 언론 매체도 성장했다.

언론인들은 군부의 공격 목표가 되지 않기 위해 헬멧이나 '프레스'(PRESS)라고 적힌 조끼 착용을 피하고 있다. 오히려 시위대와 섞여서 눈에 띄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군사 정부 대변인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체포되느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기자의 행동에 달려 있다"라며 "법률을 어기면 체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양곤 방송국 구내 진입한 미얀마 군인과 차량
(양곤 EPA=연합뉴스) 미얀마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비롯한 정부 고위 인사들이 1일(현지시간) 군에 의해 구금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군인과 차량이 최대도시 양곤의 국영 라디오ㆍTV 방송국 구내에 서 있다. jsmoon@yna.co.kr



지난달 24일 미얀마 남부에서 시위 현장을 찍던 한 프리랜서 사진기자는 군인이 쏜 총에 다리를 맞았다고 NYT가 전했다.

군인들이 이 사진기자를 폭행하고, 총에 맞지 않은 다리로 뛰게 하는 모습이 인근 건물에서 찍은 영상에 담겼다.

또 다른 사진기자는 군인을 찍다가 카메라를 쥐고 있던 왼손에 총을 맞았다.

이 기자는 "군인이 원래 자신의 머리를 겨냥했다"라며 "내가 기자임을 표시하는 헬멧이나 조끼는 입지 않았지만, 카메라 두 대를 들고 있었기 때문에 기자라는 것을 모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부가 전 세계에 실상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인들을 겨냥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 사진기자는 군인들이 시위대를 체포하는 장면을 촬영하다 발각돼 총을 맞을뻔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총알이 내 바로 앞 벽에 박혔다"라며 "시위 현장을 촬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군부를 처벌하기 위한 증거를 위해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포됐던 언론인 56명 중에 여전히 28명이 구금 중이며, 15명은 3년 이상 형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연합뉴스

'R2P' 팻말 들고 국제사회 개입 촉구하는 미얀마 시위대
(양곤 AFP=연합뉴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1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가 'R2P' 팻말을 들고 독재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의 약자인 R2P는 국가가 집단학살·전쟁범죄·인종청소·반인륜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뜻한다. 이 말은 보호책임을 방기하는 국가가 있으면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기도 하다. [제3자 제공. 판매·광고 금지] sungok@yna.co.kr



한편 언론사 기자들이 탄압을 받자 소셜 미디어 세대가 전면에 나섰다.

이들은 스스로 '시민 기자'라 칭하며 목숨을 걸고 군부의 잔학한 탄압 현장을 휴대전화로 찍어 외부로 실상을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미얀마의 젊은 세대는 시대를 과거로 돌려 자유를 뺏으려는 군사 정부의 시도에 저항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 2월1일 쿠데타 발생 후 미얀마에서는 거의 매일 시위가 벌어졌고, 민간을 중심으로 불복종 움직임이 전개되면서 경제는 사실상 멈춰 섰다.

미얀마 군경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536명을 살해하며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엔은 아직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제재까지는 아니지만, 강경 진압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aayys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