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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1년 4월 2일 (금요일)
□ 진행 : 황보선 앵커
□ 출연자 :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 중국, 러시아 등 다른 국가 거부권 행사, 실제 행동으로 나가지 못해
- 가스라이팅 용어, 보수 전문가·정치인 대통령 향해 먼저 사용
- 학문적인 책일 뿐, 정치적인 의도 담은 게 아냐
- 한일 관계, 미국 중재가 풀 수 있는 계기 될 것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앵커 황보선(이하 황보선): 한미관계에서 한국은 미국에 가스라이팅(gaslighting)된 상태다. 간단히 말하면, 한국이 정신적으로 미국에 지배당한다는 건데요. 최근 낸 책에서 이런 주장을 한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에게 무슨 얘기인지 들어보겠습니다. 김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하 김준형): 네, 안녕하세요.
◇ 황보선: 가스라이팅 얘기는 조금 있다가 상세히 여쭤보고요. 먼저 미얀마 상황부터 의견 여쭙겠습니다. 쿠데타 일으킨 군부가 자국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쏘는 상황입니다. 수백 명이 총탄에 사망했고, 사망자에 어린이들도 포함됐고, 군인들이 집안까지 쫓아 들어가 총을 쏴댔다는 보도도 있네요. 매우 심각한 상황인데, 국제사회나 UN에서 규탄 성명을 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미얀마 국민들이 죽어가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행동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죠?
◆ 김준형: 비극적이고 참 답답한 상황입니다. 워낙 많은 문제들이 연결되어 있고요. 여기엔 국내문제도 연결되어 있고, 중국과 미국 사이의 알력도 있고요. 아세아나 인도 등 주변 국가들은 내정 간섭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당장의 해결점이 없다는 게 너무나 답답합니다. 오히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이 국민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강하게 나가고 있는데요. 딱히 구체적인 행동으로 가기에는 여러 가지 제한점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더 답답한 상황입니다.
◇ 황보선: 우리 한국정부 입장에서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걸 쉽게 찾을 수가 없죠?
◆ 김준형: 일단 인권 학살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내정간섭이 아니라는 것이 UN의 인식인데요. 문제는 그걸 실제 행동으로 할 때는 중국, 러시아 등 다른 국가가 거부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실제 행동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겁니다.
◇ 황보선: 원장님 그럼 최근에 내신 책 이야기 좀 해볼게요. 먼저 청취자들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가스라이팅이 무슨 뜻입니까?
◆ 김준형: 사실 저는 기자 분들께서 이 책을 읽었거나 또는 저에게 적어도 취재를 요청했다면 오해가 많이 적어졌을 텐데요. 이 용어는 제가 처음 사용한 것이 아니고, 작년 보수적인 전문가, 정치인들도 야당에서 대통령을 향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가스라이팅한다, 북한이 남한 진보정부를 가스라이팅한다는 말을 먼저 썼습니다.
◇ 황보선: 김근식 교수가요?
◆ 김준형: 네, 맞습니다. 제가 서문에서 원래 가스라이팅은 친한 사이에서 일어나고, 압도적인 대상이 압도적인 피해자를 조종한다는 것인데요. 그렇게 봤을 때, 북한이 여기 해당되지 않고, 오히려 한미관계가 친하고 압도적이기 때문에 적용될 수 있는 심리학적 배경은 그렇고요. 실제로 예를 들자면, 민경욱 전 의원이 미국 가서 우리 대통령을 끌어내리라고 한다거나, 책에도 썼습니다만 백악관 청원에서 120만 명이 우리 대통령이 끌어내리라는 청원에 서명하는 것이 가스라이팅 현상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지금 한미 관계가 그렇다고 제가 규정한 것이 아니고요. 이러한 과거를 극복하고 보다 실용적인 관계로 가야한다는 뜻에서 예를 들었던 겁니다.
◇ 황보선: 저도 원장님 책을 봤더니, 거의 500쪽이 넘습니다.
◆ 김준형: 제 학문적인 책이고요. 정치적인 의도를 담은 게 전혀 아닙니다.
◇ 황보선: 저도 인터뷰를 해야 하니 읽어보긴 했습니다. 시간적인 한계 때문에 프롤로그하고 에필로그에 정리를 해놓으신 것 같아서 읽어봤는데,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가스라이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양자 관계에서 한쪽이 압도적인 힘이나 권력 등으로 우세한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약한 쪽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거라고 보면 되나요?
◆ 김준형: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를 못하게 합니다. 굉장히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집니다. 데이트 상대, 남편, 아내 등이요.
◇ 황보선: 그렇다면 가스라이팅 말씀하신 건 한미 관계 자체도 가스라이팅적인 요소가 있다는 건가요?
◆ 김준형: 그런 사례가 있었고요. 제가 또 예를 든 건,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방위비 분담금 받아내는 건 뉴욕에서 아파트 월세 받아내는 것보다 쉽다', 이런 것들이 일종의 현상이라고 본 거죠.
◇ 황보선: 그럼 기본적으로 가스라이팅은 미국 입장보다 한국에서 한미 관계 설정할 때, 만약 이런 요소가 있다면 우리가 그 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원장님의 의견 아닙니까?
◆ 김준형: 저는 미국이 우리한테 엄청난 자산이고, 한미 동맹도 너무 중요하죠. 저는 미국이 의도적으로 우리를 조종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국도 사실 우리의 국익을 앞설 수 없는 것이고, 우리의 국력을 생각했을 때, 우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 미국하고도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이번에 일종의 제가 만든 소란이 오히려 일부 신문들은 미국을 성역처럼 여기고 이런 말조차도 못하는 자체가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 황보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발언에서도 가스라이팅적인 단면이 나타난 것이고, 우리 국내에서는 그런 조짐을 읽을 수 있는 건 없습니까? 보통 태극기 부대 이야기할 때, 성조기를 들고 나오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이런 부분에서도 그런 징후를 읽을 수 있는 것으로 봐야겠습니까?
◆ 김준형: 네, 그렇죠. 심지어 이스라엘기까지도 나오는데요.
◇ 황보선: 네, 이스라엘기도 많이 나오죠.
◆ 김준형: 저는 우리 안보에 대해서 하는 우려까지는 이해를 하는데요. 사실 우리가 세계에서 화력 6위, 군사비 지출 9위, 경제적으로는 10위권입니다. 결코 우리가 작고 약한 나라가 아니고요. 지금도 사실 상당부분 방위력에 많은 돈과 기술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마치 우리가 미국에게 싫은 소리를 하면 바로 위기가 온다는 생각은 합리적이지 않고 상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황보선: 그럼 김준형 원장께서 가스라이팅이라는 표현을 쓰시면서, 이 관계에서 벗어난다는 궁극적인 이유는 우리 국익을 위함이라는 말씀이신 겁니까?
◆ 김준형: 맞습니다.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 시기를 겪으면서 오히려 이게 더 분명해졌는데요. 우리는 굉장히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도 자기 이익을 위해서 얼마든지 동맹국까지 이용할 수 있고요. 정부와 때에 따라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도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은 건강해야 하는 자산이지만, 때로는 우리와 이해가 달라질 수 있다면, 한국의 이익을 더 우선시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 황보선: 그런데 이런 책을 쓰시면서, 다른 표현으로 하면 한미 관계에서 우리가 주체적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기존의 일방적인 관계, 심리까지도 극복해야 한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요. 이런 주장을 하시면 사실 공격을 당할 만한 빌미를 주신 것 아닙니까?
◆ 김준형: 일부에서는 이 사실보다는 말씀드렸듯 제가 처음 쓴 용어도 아니지만 왜 이 시점에 그 용어를 썼느냐, 또 외교부 현직에 있는 사람이 그랬냐는 등에 대한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런 비판을 수용합니다만, 저는 정책 라인에 있기보다요. 국립외교원은 교육과 정책의 장기적인 전략을 얘기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 책은 5년 간 제가 기획하고 써왔던 일종의 소신과 전문성, 한미관계 144년에 대한 역사거든요. 말씀하신대로 프롤로그의 부분, 몇 백 페이지의 한 부분을 문맥을 빼서 한다는 것이 아쉽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소란이 된 것에 대해서는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 황보선: 김준형 외교원장님께서 이 책을 쓰신 건 정치적 목적이 아니고요. 500쪽 넘는 이 책 안에서 한미역사, 이를 테면 서로 수호조약 맺었던 1882년 이후로 한미 관계,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산업회 시대 거쳐서 지금까지 오는 역사를 우리가 정확히 되돌아보고요. 잘못된 부분을 보고 지금까지도 이른바 가스라이팅 관계의 면이 아직 있으면 이 부분을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우리 국익을 수호할 수 있는 미래로 갈 수 있다는 말씀이신 거죠?
◆ 김준형: 네, 맞습니다. 다시 반복하지만, 세계1위의 국가를 우리 동맹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만큼 좋은 관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한미동맹이 우리 국익을 넘을 수 없다는 가장 상식적인 것이 우리에게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황보선: 그럼 세계1위 국가를 동맹국으로 갖고 있다는 건 분명 외교적 자산이죠?
◆ 김준형: 네, 그건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 황보선: 그럼 앞으로 한미관계 설정하는 데 큰 그림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 김준형: 저는 그동안 미국이 사실 다른 국가들보다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정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요. 그 말은 서로 이견이 있더라도 우리 얘기를 밝히고, 약간의 불편한 관계를 지나더라도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국가 간의 관계에서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관계인데요. 우리는 스스로 미국을 불편하게 한다거나 미국에 우리의 요구를 하는 것에 대해 자기 제어를 하는 경향이 조금 남아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그런 부분에서 보다 성숙한 동맹, 관계가 되려면 기탄 없이 해야 하고요. 그래서 제가 한 말이 있는데요. 한미관계에서 배려해서 안 할 말은 있어도 못 할 말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 황보선: 못 할 말은 없어야 한다, 정확하게 주장할 건 하고, 그러면서 우리의 이익을 얻어내야 한다는 말씀인 것 같은데요. 미국에서 현지 시각으로 오늘이니까, 우리 시각으로는 오늘 내일 되겠죠? 한미일 안보 담당 수장들의 회의가 있는데요. 보니까 이 안에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서 미국이 중재를 앞으로 할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 한국편이 아니고 일본의 장기적인 재무장 목표 등을 도와주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이런 우려가 있기도 한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김준형: 이것 역시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과 같은 맥락인데,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미일을 묶고 싶겠죠. 그것은 당연히 중국을 효율적으로 견제하기 위해서 미국의 국익에 맞고요. 그래서 한미일을 못 끊는 것이고,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과도 관계가 있고, 중국과도 관계가 있으니 미국이 원하는 것은 일종의 한미일 전체를 묶는 동맹을 원하겠지만요. 실제로 동맹으로 가면 우리는 중국을 적으로 삼게 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우리 입장은 동맹은 아니지만, 이슈, 사안 별로 얼마든지 한미일 협력을 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가고 있고요. 미국도 한국의 그런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제 말씀하신 것처럼 한미일 협력체가 바이든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맞고요. 과거 오바마 8년 동안 미일이 굉장히 밀월 관계를 가졌고, 한국에 대해서 미국이 다소 일본의 편을 드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우리 외교적으로 그 부분은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특히 한일 관계도 계속 악화되게 놔둘 수 없는 문제니 오히려 미국의 중재가 한일 관계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황보선: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준형: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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