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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신한은행 '미얀마인 직원' 피격… 금융위 "필요 시 '긴급 철수'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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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 불응 이유' 퇴근길에 참변, 의식불명
우리 주재원은 안전, "韓노린 공격 아니다"
신한 등 현지 한국금융사 임시폐쇄 이어져
외교부 "상황 주시 중, 대응 수위 가변적"
한국일보

지난달 31일 미얀마 양곤에서 보안군에 피격당한 신한은행 미얀마인 직원이 탔던 차량 좌석 모습.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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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학살 현장으로 돌변한 미얀마에서 신한은행 지점 미얀마인 직원이 진압군이 쏜 총에 맞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한국 주재원들은 모두 무사하지만 우리 기업과 교민사회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외교ㆍ금융당국은 한국 교민들까지 조준한 군부의 위협에 맞서 ‘전면 철수’ 카드를 조심스레 검토 중이다.

1일 신한은행과 미얀마 교민사회가 전한 피격 상황은 이렇다. 양곤 신한은행에 근무하는 현지인 여성 직원 A(32)씨는 전날 오후 5시 인야호 부근에 위치한 지점에서 미얀마인 동료 8명과 함께 회사가 제공한 퇴근 차량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평소처럼 도심 방향으로 진행하던 차량은 지점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유 칫 마웅 도로에서 보안군 검문에 걸렸다. 당시 군이 행선지 등 몇 가지 질문을 하며 정차를 요구했지만, 차량 운전사는 귀담아 듣지 않은 채 운행을 계속했다고 한다. 그러자 군 병력은 곧장 차량을 향해 총을 쐈고, 실탄이 운전석 옆에 앉아 있던 A씨 머리를 가격했다. 그는 즉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조치를 받았지만, 현재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일단 A씨 피격은 시위대와 군경간 첨예한 대치 과정에서 일어난 우발적 사건으로 보인다. 쿠데타 발생 뒤 군경의 검문과 수색은 강화됐으나, 지금까지 교민과 기업인들을 상대로 한 폭력 행위는 없었다. 양곤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검문 불응을 이유로 군경이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마구잡이로 실탄을 발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사고 차량에 은행 로고가 없었고 실탄 발사 방향이 운전자 쪽을 향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군이 한국 기업임을 인지하고 공격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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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양곤 도심의 '센터 타워1' 건물에 위치한 신한은행 양곤지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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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한국기업의 해외 입출금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 주재원 3명은 미얀마 직원들과 숙소 방향이 달라 참극을 피할 수 있었다. 이들은 현재 양곤 모처의 한 숙소로 대피해 은신 중이다. 사건 당일엔 직원 10여명이 출근했는데, 급여 지급일(매달 4일 전후)을 맞추려 평소보다 많은 직원이 출근했다고 한다. 양곤 지점 현지인 직원은 33명이지만, 비상 시국을 감안해 재택 근무를 기본으로 5,6명만 돌아가면서 창구 업무를 봤다.

신한은행 측은 사고 즉시 양곤 지점을 임시 폐쇄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초 군정과 미얀마 중앙은행이 시민 불복종 운동(CDM)에 동참한 자국 은행들에 ‘영업을 재개하지 않으면 예금을 강제 예치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한국 은행들은 예외였다”면서 “직원이 총격을 당한 만큼 지점 직원 전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한 뒤 추후 대응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 여파는 미얀마에 진출한 KB금융그룹 등 국내 은행 9곳을 포함한 28개 금융업체들에도 미쳐 이날 일제히 영업점 문을 닫았다. 한국 주재원들의 단계적 철수도 진행된다. 다만 현지 당국과 조율 없이 전면 철수는 주저하는 분위기다. 길게는 10년을 투자해 사업권을 얻은 상황에서 무작정 미얀마를 떠났다간 사태 종료 후 재진입이 힘들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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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오른쪽 두 번째) 금융위원장이 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CEO 긴급 간담회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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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의 대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미얀마 상황을 계속 파악하면서 필요할 경우 긴급조치를 발동할 예정”이라며 “(현지 금융회사들이) 당국 명령에 의해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형식이 요구되면 그렇게라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외교 라인은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공식 철수 권고는 아니지만 현재 한국으로 귀국할 수 있는 비상 항공편을 일주일에 두 편씩 마련해 뒀다”며 “워낙 상황이 유동적이라 종합적 판단을 거쳐 (소개령 발동 등) 수위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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