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단절…군대가 유일한 세계”
“세뇌와 감시로 명령에 의문 못 달아”
“삶 전체에서 민주주의 맛본 적 없어”
미얀마 국군의 날이었던 27일 군경의 총격으로 시민 131명이 숨진 가운데,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대가 부상당한 시민을 들어 옮기고 있다. 만달레이/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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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시위대를 범죄자로 본다. 왜냐면 군대에 불복종하거나 저항하는 사람은 범죄자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뒤 이달 초 제77 경보병 사단을 탈영한 툰 미얏 아웅 대위는 “대부분의 군인들은 삶 전체에서 민주주의를 전혀 맛보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암흑 속에 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28일 <뉴욕 타임스>는 쿠데타 이후 탈영한 2명 등 4명의 미얀마 군 장교들과 한 인터뷰를 토대로 미얀마 군의 폐쇄적인 삶과 사고방식을 소개했다. 미얀마어로 ‘타마도’(Tatmadaw)로 불리는 군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해 시민 45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툰 미얏 아웅 대위는 2월1일 새벽 트럭에 올랐을 때 무슨 일인지 몰랐다고 한다. 그는 동료가 쿠데타에 관해 귀엣말을 하는 것을 듣고 “그 순간 미얀마의 희망을 잃어버렸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며칠 뒤 자신의 상사가 실탄 상자를 들고 있는 것을 봤다며 “군인들이 국민을 적으로 본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달 초 양곤 시내에서 탄피들을 발견하고는 시민들에게 실탄이 진짜로 발사됐다는 점을 깨닫고 그날 밤 페이스북에 접속해 시민들 여러 명이 숨진 것을 확인했다. 이어 며칠 뒤 탈영해 현재까지 몸을 숨기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장교들의 증언을 토대로, 미얀마 군은 사회와 동떨어진 채 특권을 갖고 자기들끼리 살고, 일하고, 어울리는 한편 상급자로부터 병영과 페이스북에서 끊임없이 감시를 당한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장교들은 영내에서 가족과 거주하고 모든 움직임을 감시당한다. 군부가 쿠데타 이후 이동통신 데이터 접근을 차단한 데에는 상부 명령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는 병력을 고립시키려는 목적도 있다. 장교들과 가족들은 쿠데타 이후에는 허가 없이 영내를 15분 이상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최근 탈영한 한 장교는 “현대판 노예제라고 할 수 있다”며 “우리는 선배들의 모든 명령을 따라야 한다. 그게 정당한지 부당한지 의문을 달 수 없다”고 말했다.
군인들은 감시와 세뇌로 인해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하라는 명령도 의문 없이 따른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심리전 훈련을 받은 장교들은 군인들이 좋아하는 페이스북 계정들에 정기적으로 민주주의에 관한 음모론을 심는다. 지난해 11월 아웅산 수치가 승리한 선거를 사기로 묘사하거나, 무슬림이나 서구가 미얀마를 파괴하거나 점령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이다.
한 현직 대위는 “군인들 대부분은 세계와 단절돼왔다. 그들에게는 타마도가 유일한 세계”라고 말했다. 현역 장교는 “군인들 대부분은 세뇌를 당한다”며 “군인들이 외국의 침입에 나라를 지킨다는 마음가짐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매체와 인터뷰한 군인들은 군대 안에 쿠데타에 대한 일부 불만도 있지만 대규모 이탈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유혈사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양곤의 한 군의관은 “나는 관두고 싶어도 관둘 수가 없다. 내가 관두면 그들은 나를 감옥에 보낼 것이고, 내가 도망치면 그들은 내 가족들을 고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툰 미얏 아웅 대위는 “나는 군대를 정말로 사랑한다”며 “그러나 동료 군인들에게 내가 하고픈 말은 이것이다. 나라와 타마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제발 나라를 선택해달라”고 <뉴욕 타임스>를 통해 호소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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