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미얀마 사가잉에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안전모 등을 쓰고 거리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 현지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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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8일 시민 131명을 사망케 한 미얀마 군부에 대해 국제 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유엔(UN)의 최고위급 2명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여전히 친 군부적 행보를 보이고 있고, 미국 역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두루뭉술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28일(현지시각) 유엔이 운영하는 <유엔 뉴스>를 보면, 앨리스 와이리무 은데리투 유엔 학살방지특별고문과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미얀마 군경이 도망가는 시위대는 물론 어린 아이까지 사격했다”며 “이런 수치스럽고 비겁하고 잔인한 행동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규탄 성명을 낸 유엔 안보리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다른 국제기구들이 미얀마 시민을 구하기 위해 즉시 행동해야 한다”며 “국가가 자국민 보호에 명백히 실패할 경우, 국제사회는 유엔 헌장에 의거해 위험에 처한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적절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제형사재판소와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독립수사기구 등의 제도적 처벌도 요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성명을 내어 “(미얀마 군부의) 지속적인 군사적 탄압은 용납될 수 없다. 확고하고 단결되고 단호한 국제적 대응을 요구한다”며 “미얀마에서 발생한 심각한 인권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미 델라웨어주 뉴캐슬에서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미얀마 상황에 대해 “끔찍하고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내가 받은 보고에 의하면 매우 많은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죽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얀마 군부에 대해 제재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지금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이날 “자신들의 날(국군의 날)에 자신들의 국민을 겨냥해 군부가 저지른 폭력 고조를 용납할 수 없다”며 “미얀마군은 어제(27일)를 기념하기는커녕 공포와 수치의 날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영국, 호주, 일본, 한국 등 12개국 합참의장도 전날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내어 미얀마군이 군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비판했다. 유엔 특별기구인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와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도 미얀마 군부의 잔혹한 폭행을 비판했다.
국제 사회가 이구동성으로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당장 미얀마 군부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 등이 군부 인사와 기업 등을 상대로 제재를 했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으로서 미얀마 군부 편에 서왔던 중국과 러시아는 최대 사망자가 발생한 27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친군부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이들이 반대하면, 유엔 차원의 군사적 대응은 사실상 어렵다. 바이든 대통령도 미얀마 상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대답 대신 “보고받은 정보에 따르면”이라고 전제한 뒤 짤막하게 답했고, 제재 여부에 대해서도 “작업하고 있다”는 정도만 언급했다.
국제사회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미얀마 시민들의 희생은 급증하고 있다. 현지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의 집계를 보면, 사망자 수는 지난 26일 328명에서 459명으로 늘었다. 미얀마 군부는 10살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도 총격을 가하고 시위 도중 숨진 스무살 청년의 장례식에서도 총격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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