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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불 태워 죽이고 장례식장 급습도···미얀마 쿠데타 후 최소 450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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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하루에만 최소 114명 사망

시민 치료하던 의료진에 총격도

바이든 "끔찍"·EU "용납할 수 없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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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경의 끔찍한 유혈 진압으로 사망한 민간인이 45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얀마 사태를 “끔찍하다”고 평가했고, 유럽연합(EU)도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무차별 총질로 5세 유아를 포함한 어린이 등 무고한 시민 최소 114명이 목숨을 잃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최악의 유혈 참사 다음 날에도 군경의 만행과 안타까운 희생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쿠데타 발발 이후 민간인 사망자 수만 450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이 총격을 당한 뒤 불에 타 숨진 사연도 전해졌다. 28일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주민 아이 코(40)씨가 군경의 총에 맞아 다쳤다. 군경은 그를 체포한 뒤 불타는 폐타이어 위로 던졌다. 이 폐타이어는 주민들이 군경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해 놓은 것이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한 주민은 매체에 “불길로 던져진 뒤 그는 '엄마 살려줘요'라고 외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군경이 계속해서 총을 쏘고 있어 주민들은 그를 구하러 집 밖으로 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이 남성이 마을 자경단원 중 한 명이었다고 전했다. 마을 자경단 소속 한 명은 아이 코 사건 전에 신원미상 남성들이 주택가로 들어와 폐타이어 등으로 만든 바리케이드에 불을 질렀고, 이후 군경이 들어와 총격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아이 코는 이 불을 끄기 위해 집을 나섰다 총에 맞아 부상했다. 그는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의료진을 향한 공격도 이어졌다. 중부 사가잉주 몽유와 지역에서는 총에 맞아 다친 시위대를 치료하던 20세 간호사 한 명이 군경의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이라와디가 보도했다. 이 지역에서는 또 남성 한 명도 군경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심지어 군경이 쏜 총탄에 숨진 스무 살 학생을 추모하는 장례식장에 군경이 급습해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 한 장례식 참가자는 "학생을 기리며 민중가요를 부르고 있었다"면서 "보안군은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향해 발포했고, 사람들은 도망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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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뒤 이날까지 군경 총격에 숨진 것으로 확인된 민간인은 최소 459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시신이 유기 또는 탈취된 경우나 행방불명 된 뒤 생사를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아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쿠데타에 반대하는 민주화 시위자들을 상대로 미얀마 군부가 저지른 집단학살에 서방국가 지도자들이 충격을 나타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자택이 있는 미국 델라웨어주에서 취재진을 만나 미얀마 사태를 "끔찍하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절대적으로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내가 받아온 보고를 토대로 볼 때 끔찍하게도 많은 사람이 완전히 불필요한 이유로 살해됐다"고 말했다.

EU도 미얀마 '국군의 날'에 군부가 저지른 대규모 유혈사태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자신들의 날에 자신들의 국민을 겨냥해 군부가 저지른 폭력 고조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렐 대표는 "미얀마군은 어제를 기념하기는커녕 공포와 수치의 날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한국 등 12개국의 합참의장은 전날 매우 이례적인 공동성명을 통해 미얀마군이 군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들 군부 지도자는 "전문적인 군대는 행위의 국제기준을 준수하고 자신이 섬기는 국민을 해치지 않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는 미얀마군이 폭력을 멈추고 자신들의 행동 때문에 상실한 미얀마 국민의 존중과 신뢰를 회복하는 데 노력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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