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진 부장판사, 보고서 작성 지시 혐의로 유죄 판결
대법, 안태근 직권남용 사건에선 ‘문서작성’ 부분 무죄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판사인 심의관,
지시받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어 위험해”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왼쪽)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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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사법농단’ 재판에서 첫 유죄 판결이 나오면서 직권남용 혐의 인정 여부에 관해 법원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보고서 작성을 시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단순히 실무 담당자에게 문서 작성을 시킨 다른 사례에서는 무죄 판단이 나온 사건도 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윤종섭)가 이 전 위원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법원행정처 심의관의 임무가 ‘주로 상급자의 지시 사항을 이행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판사인 심의관은 계속 심의관으로서만 근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 후 다시 재판 사무를 담당하게 된다. 다시 재판 사무를 담당해야 하는 심의관에게 누군가로부터 지시를 받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재판의 독립을 위협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판사인 심의관의 보고서 작성이 상급자의 직무 집행을 보조하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2015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서지현 검사를 전보시키기 위해 인사안을 후배 검사에게 작성하도록 시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언급된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실무 담당자에게 직무 집행을 보조하는 행위를 하게 해도, 이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실무 담당자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상급자에게 문서로 제시할 수 있고, 상급자는 그러한 기준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 최종 안을 작성할 수 있는 만큼 보고서 작성만으로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 심의관 경력이 있는 한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에 판사가 재직하는 현실이 타당한가와는 별개로 시킨 일을 수동적으로 한 게 범죄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시행되고 있는 제도의 문제점을 유죄 논리로 삼은 판결”이라며 “판결에 따르면 사법 행정 업무를 위해 법원행정처에 파견된 판사들은 모두 직무유기하라는 것 밖에 안 된다”고 했다.
sang@heraldcor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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