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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동학개미’ 원성에…국민연금, 국내 주식투자 비중 늘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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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운용위, 오늘 ‘리밸런싱’ 회의…정기 위원회 전 논의 이례적

[경향신문]

작년 말부터 15조 순매도, 목표 비중 16.8% 맞추려면 15조 더 팔아야
복지부, 목표치 조절엔 ‘선 긋기’…‘±5%’ 허용오차 범위 조정 가능성
연금 고갈 대비 수익률 높여야 하는데…운용 원칙 훼손 부적절 지적도

보건복지부가 2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전체 자산 중 국내 주식 목표 비율을 늘릴지에 대해 논의한다. 국내 주식 목표비중 유지규칙(리밸런싱)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리밸런싱은 국내 주식, 해외 주식, 국내 채권 등의 자산 투자 비율을 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매년 5월 열리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아닌 중간에 리밸런싱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매도세를 비판해온 개인투자자들의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2039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힘이 세진 ‘동학개미’들의 여론에 밀려 국민의 노후자금 보장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뒷전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25일 “2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에서 국내 주식 목표비중 유지규칙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16.8%였던 올해 국내 주식 비율을 20%까지 올린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자산배분 목표비중 조정에 대해서는 논의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24일부터 이달 11일까지 51거래일 동안 약 15조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매도한 이유는 주가가 좋을 때 주식을 팔고 주가가 좋지 않을 때 사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급락했을 때 국민연금이 주식을 사들인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아야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주가지수가 지난해 1400대까지 하락하자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많이 사들이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지난해 12월 기준 21.2%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15조원 규모의 주식을 팔았고, 목표치인 16.8%를 맞추기 위해 추가로 15조원어치를 더 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복지부는 매년 5월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향후 5년 중기자산배분계획과 다음 연도 자산배분 비율을 확정한다. 지난해 5월 이미 올해 국내 주식 비율을 16.8%로 확정했고 2025년까지 15%로 낮추기로 했다. 올해처럼 중간에 리밸런싱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도 시장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압력으로 자산운용 비중을 변화하는 것이라면 신중해야 한다”며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국민연금으로선 고갈을 최대한 늦출 수 있는 방향성을 가지고 투자 판단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자산배분 목표비중을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26일 회의에서는 허용오차 범위 조정 논의만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허용 범위는 ‘16.8%±5%’인데 이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허용오차 범위를 조정하는 수준으로도 매도세를 숨돌릴 여지가 생긴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국민연금이 자금 고갈에 대비해서 적극적으로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 주식시장이 전 세계 시가총액의 1.2%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리기보다는 다른 해외 자산을 더 사는 게 맞다”며 “1988년 국민연금이 만들어지고 지금까지는 돈이 계속 들어왔지만, 2039년부터는 연금이 줄어들어 자산을 파는 형태로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수익률을 높여 고갈을 늦추는 것이 국민연금의 더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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