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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크래커] 스토킹 처벌법 22년 만에 국회 통과…"누더기 법안" 지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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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처벌법, 24일 국회 통과…입법까지 '22년'
과태료 10만 원에 불과했던 '경범죄'에서
3년 이하 징역, 벌금 3000만 원 '중형'으로
여성계 "스토킹 처벌법 누더기 법안"…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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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이웃을 향해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총 21명을 다치게 한 안인득. 그의 끔찍한 범죄는 스토킹이 시작이었다. 안인득은 사건 발생 전 위층에 살던 최 모 양을 지속해서 쫓고 그의 집에 오물을 투척하는 등 최 양을 끊임없이 스토킹했다.

하지만 경찰은 별다른 조치 없이 그를 풀어줬고, 2019년 4월 17일 안인득은 방화와 흉기 난동을 벌였다. 그날 최 양은 목숨을 잃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사전에 안인득을 스토킹 혐의로 제대로 처벌했다면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토킹 처벌법, 스토킹 '범죄'로 규정한 첫 단추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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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가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24. photo@newsis.com(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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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을 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4일 '스토킹 처벌법'(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덕분이다.

법안에는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과 함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담겼다. 그동안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으로 분류돼 처벌이라고는 벌금 10만 원이 전부였다. 하지만 여성계에서는 스토킹처벌법이 실제 스토킹 범죄를 막기에 부족함이 많다고 지적한다.

여성의 전화는 24일 논평을 통해 스토킹처벌법이 "스토킹을 범죄로 규정하고 형사 처벌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누더기 스토킹 처벌법을 얻기 위해 22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스토킹 범죄 범위, 너무 좁게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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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뉴시스】 차용현 기자 = 지난 17일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흉기난동 사건을 벌인 안인득(42)씨가 19일 오후 치료를 받기 위해 진주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지난 18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안 씨의 이름·나이· 얼굴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2019.04.19. con@newsis.com(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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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통과된 법안은 스토킹 '행위'와 스토킹 '범죄'를 구분한다. 형사 처벌 대상은 물론 스토킹 '범죄'다.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라고 규정됐다. 피해자가 얼마나 거부했는지, 얼마나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꼈는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또 스토킹 범죄는 이러한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라 규정됐다. 여성계는 이 모호한 '지속·반복'의 기준이 피해자다움을 강요한다 말한다. 여성의 전화는 논평에서 "단 한 번의 행위만으로도 피해자는 공포나 불안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공포와 불안을 느껴야만 피해로 인정하는 것은 피해자다움에 대한 강요"라고 지적했다.

스토킹 처벌법, 피해자와 가족 제대로 지킬 수 있을까?


스토킹 처벌법 제2조 3항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는 '스토킹 범죄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스토킹은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동거인과 가족에게 큰 피해와 고통을 안겨준다. 실제로 안인득이 스토킹 범죄를 저지를 당시, 피해 당사자 최모 양뿐 아니라 그의 가족인 큰어머니마저 안인득에게 집요한 괴롭힘을 당했다. 법이 피해자의 범위를 너무 좁게 해석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성계는 또 스토킹을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것을 문제로 꼽는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스토킹의 경우 친밀한 관계 혹은 지인 관계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피해자가 합의를 종용받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법안에서 스토킹 범죄 전담 검사와 전담 사법 경찰관을 둔 것은 긍정적이지만, 스토킹이 벌어졌을 때 바로 취할 수 있는 보호 대책이 사실상 '100m 이내 접근 금지', '통신매체 이용 금지'에 불과한 것도 보완해야 할 점으로 지적된다. 또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해도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에 그치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투데이/안유리 기자(inglass@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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