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특별인터뷰]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털 회장②
"연준 조치 취할 때까지 금리 오를 것"
"성장주→가치·배당주 더 뚜렷해진다"
"일부 빅테크주 비싸다…부작용 있을 것"
"에너지주 주목…항공주는 규제 많아"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털 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연방준비제도(Fed)가 해야 할 것은 인플레이션에 따라 금리를 인상하고 정부가 지출을 줄이며 스스로 부채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하는 건데, 전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출처=유로퍼시픽캐피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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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미국 금융시장은 매일매일 ‘폭풍전야’다.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증시가 불규칙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자산시장이 금리에 워낙 민감하다 보니,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등장하는 날이면 한국시간으로 새벽까지 밤을 지새우는 ‘서학개미’가 많아졌을 정도다.
“미국의 대다수 자산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어요. (코로나19 이후 돈을 많이 풀어서) 사실 세계적으로 그렇습니다. 많은 가격이 왜곡돼(distorted) 있습니다.”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자로 손꼽히는 피터 시프(58) 유로퍼시픽캐피털 회장이 조망한 최근 미국 금융시장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다. 정책당국의 돈 풀기에 따른 인플레 도래는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국채금리 급등→자산시장 불안이 나타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더 나아가 부채위기, 달러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내놓았다.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은 무서울 정도로 공격적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1조9000억달러의 추가 부양책이 의회 문턱을 넘자마자 3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패키지를 검토 중이다.
추가 부양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미국이 최근 1년간 본예산 외에 추가로 쓴 예산이 10조달러에 육박하게 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올해 미국 정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02%로 추정된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Fed)의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따른 직·간접적인 효과까지 더하면 ‘역대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이 제어할 때까지 금리 오른다”
-미국내에서 인플레 우려가 크다.
△최근 인플레는 공식 통계보다 더 오르고 있다. 정책당국이 재정·통화 확대를 통해 물가를 끌어올릴 때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낮춰 공급을 늘리고 있다. 우리는 이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5%의 가격 하락 효과를 가져왔을 때 공식 물가상승률이 1%라면, 실제 인플레는 6%라고 볼 수 있다.
-올해 여름께 4% 이상 물가가 오른다는 전망이 있다.
△그렇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5%까지 오를 수 있다. 실질적으로는 10% 이상 인플레가 일어났다고 판단해야 한다.
-재정·통화 확대가 천문학적이다.
△지금 미국 경제가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인플레일 뿐이다. 미국은 더 큰 경제를 갖고 있지 않다. 단지 더 비싼 경제(a more expensive economy)를 갖고 있다. 연준이 찍어낸 많은 달러화를 미국인들은 그냥 쓰고 있을 뿐이다. 미국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인 것을 보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 상품 수입은 2211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미국 경제가 성장한다면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요즘 시장에서 국채금리가 화두다.
△미국은 너무 많은 국채를 찍었고 너무 많은 빚을 졌다. 최근 10년물 국채금리가 1.7%대다. 앞으로 계속 상승(국채가격 하락)할 것이다. 금리가 떨어질 이유가 없다. 연준이 장기국채금리 상승을 제어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는 순간까지 오를 것이다.
-연준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장기국채금리를 누르기 위해 연준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돈을 더 푸는 것이다. 추가로 국채를 사기 위해 추가로 많은 돈을 찍어야 한다. 양적완화(QE) 프로그램 규모를 확대하는 것 외에는 (국채시장 안정을 위한) 방법이 없다.
-연준은 당분간 2% 이상 인플레를 용인하겠다고 한다.
△그렇다. 일시적으로 인플레가 나타난 후 다시 떨어질 것으로 보는 건데, 다시 떨어지지 않으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재정·통화 상황을 보면) 물가는 갈수록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연준이 틀렸다고 인정할 때 즈음이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부채에 시달릴 것이다. 연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다음 경제 위기는 국가부채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성장주→가치·배당주 흐름 뚜렷해진다”
-국채금리가 튀면 금융시장은 흔들릴까.
△자산가격만 보면 지금은 미친 수준이다(Here it’s crazy time, as far as prices). 사실상 미국 대부분 자산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본다. 아마 전세계가 다 그럴 것이다. 연준은 바이든 정부가 천문학적으로 재정을 지출하자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 연준이 해야 할 것은 인플레이션에 따라 금리를 인상하고 정부가 지출을 줄이며 스스로 부채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하는 건데, 전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연준이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자산가격을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그래서 대다수 자산가격이 왜곡돼 있다. 앞으로 금융시장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국 투자자들이 애플, 테슬라 주식을 많이 샀다.
△애플과 테슬라는 엄연히 다르다. 현재 애플 주가는 비싼 편이다(overpriced). (22일 기준 애플 주가는 주당 123.39달러로 최근 1년간 119.99% 상승했다.) 애플이 과거와 같은 성장을 미래에 이어갈 것으로 보기 어렵다. 애플이 하는 사업의 모든 영역에서 경쟁이 매우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거품 상태에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테슬라 주가 흐름은 어떨까.
△테슬라 주가는 명백하게 거품이 끼어 있다. 정말 터무니 없는 가격(outrageously, ridiculously priced)으로 거래되고 있다. (22일 기준 테슬라 주가는 주당 670.00달러로 최근 1년간 671.36% 상승했다.) 너무 낮은 금리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 사례다. 오늘 당장 돈을 벌지 못하는 회사라고 해도, 이자가 낮기 때문에 돈을 쉽게 빌려서 테슬라 같은 주식을 사고 기다릴 수 있는 유인이 커진다. 이런 주식은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문제가 커진다. 투자자들은 점점 지금 당장 실적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미국 증시 내 성장주에서 가치주, 배당주로 자금 순환이 일어나는 걸 목격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오래 기다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이런 흐름은 더 뚜렷해질 것이다.
-한국에서는 고점에 들어간 이들이 많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일부 미국인들이 너무 큰 돈을 주고 샀다. 많은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추천할 만한 종목은 무엇이 있나.
△에너지주를 눈여겨 보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에너지주는 완전하게 회복한 것 같지 않다. (코로나19 확산이 완화하면서) 항공주 얘기가 많다. 그러나 항공사업은 많은 위험이 따른다. 정부 개입이 심해 규제가 많은 탓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어떤가.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다. 비트코인 시장 내에는 다른 성격의 투자자들이 있는 것 같다. 한쪽은 비트코인에 투자해 큰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이다. 다른 한쪽은 ‘디지털 금’으로 보는, 즉 안전자산으로 보는 사람이다. 그런데 디지털 금이라고 보는 이들 역시 큰 수익을 내고 싶은 걸 정당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비트코인 시장은 거품이 끼어 있다. 거품은 붕괴할 것이다.
피터 시프 회장은…
△1963년 미국 코네티컷주 출생 △미국 UC버클리대 졸업 △시어슨 리먼 브러더스 주식 브로커 △유로퍼시픽캐피털 설립(1996년) △유로퍼시픽뱅크 설립(2005년) △저서 ‘크래시 프루프(Crash Proof)’ 통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베스트셀러 작가 선정(2007년)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털 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미국은 너무 많은 국채를 찍었고 너무 많은 빚을 졌다”며 “국채금리가 하락할(국채가격이 상승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출처=유로퍼시픽캐피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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