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의 엄마 말라 윈은 지난 주말 미얀마 북부 마그웨의 자택 앞에서 허벅지에 총을 맞았다. 군인들에게 무릎을 꿇고 체포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했지만 끝내 체포됐다. 이튿날 군부는 그의 남편에게 연락해 말라 윈의 시신을 가져가라고 했다. 지난 주말동안 미얀마에서는 15세 고교생 아웅 카웅 텟을 포함해 최소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23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군부의 총격으로 사망한 소년의 가족과 친구들이 시신에 입맞추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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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군부 총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의 아들이 소유한 호화 리조트에서는 성대한 행사가 열렸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군부가 임명한 새 관광장관 마웅 마웅 온이 관광산업 재개를 기념하기 위해 이 행사에 참여했다고 23일 보도했다.
군부의 폭력에 시민들이 목숨을 잃는 와중에 한 켠에서는 군부가 성대한 행사를 치른 것이다. 군부가 운영하는 관영매체 역시 이날 행사를 보도했다. 쿠데타의 주역인 군 총사령관의 아들 아웅 삐 손이 운영하는 리조트라는 점도 관영매체의 보도에 영향을 미쳤다.
아웅 삐 손은 누나인 킨 띠리 뗏 몬과 함께 미얀마에서 제조·무역·건설 등 6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0일 이들이 아버지의 지위를 이용해 직·간접적인 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이들의 사업을 제재했다. 그럼에도 아웅 삐 손은 보란듯이 자신의 리조트에서 행사를 강행했다.
국제사회의 불충분한 제재에 미얀마 시민들은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이날 미얀마 시민들이 ‘사회적 처벌’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군부 인사들의 성인 자녀 약 150명과 그들의 행적을 공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군부 인사의 자녀들은 미국·영국 등에서 유학을 하거나 미얀마에서 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등 부모의 후광을 바탕으로 호의호식해 왔다. 한 시민은 이라와디에 “군부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청년들을 죽이는 동안, 군부 인사의 자녀들은 민주국가에서 특권층의 삶을 즐기고 있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웹사이트에는 일본 도쿄대에서 유학중인 중앙사령부 사령관의 딸 이름도 등재됐다. 중앙사령부 사령관은 만달레이에서 시위대에 발포를 지시한 군부 고위 인사다. 시민들은 일본 정부에 그의 비자를 취소할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고 있다. 그와 함께 유학중인 한 미얀마인은 이라와디에 “그는 미얀마에서 가족의 안전을 걱정한다면 모두 입을 다물어야한다고 말했다. 나라면 살인자의 딸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것”이라고 했다.
일부 인사들에게는 사회적 처벌이 이뤄지기도 했다. 유네스코 미얀마 사무소에서 근무하던 군부 선전정보부의 딸은 현재 직무가 정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해 유명세를 얻은 또 다른 전직 장교의 딸은 최근 소셜미디어 계정을 닫았다. 그는 군부가 시위대에 실탄을 사용한 지 며칠 만에 1만2000달러(1350만원)가 넘는 신발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팔로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복수의 화장품 회사는 최근 그가 출연한 광고를 모두 삭제했다.
‘사회적 처벌’이 효과를 발휘면서 군부는 관영매체를 통해 소셜미디어를 통한 괴롭힘이 있을 경우 신고할 것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 사이트 개발에 관여한 인사는 이라와디에 “우리에겐 맞서 싸울 총이 없다. 소셜 미디어 처벌은 분명히 그들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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