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安 누르고 승리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민의힘 오세훈(60) 후보가 23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이기고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범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됐다. 오 후보는 지난 22일 하루동안 100% 휴대전화를 활용해 서울시민 3200명을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를 앞섰다. 양당은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에 따라 구체적인 여론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한국리서치와 글로벌 리서치 2개기관에서 각각 1600명(800명 경쟁력, 800명 적합도 조사)씩 모두 3200명을 조사했다.
오 후보 캠프 측은 발표 직후 “오세훈 후보를 선택해주신 서울시민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이제 우리 야권은 오세훈 후보를 중심으로 보궐선거 승리라는 고지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 후보는 단일화 협상 발표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노와 절망속에서도 희망을 선택해주신 여러분들의 마음을 겸허히 받들겠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했다. 오 후보는 또한 “안철수 후보님께도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우리는 단일화 전투에서는 대결했지만 정권 심판의 전쟁에서는 저의 손을 꼭 잡아달라. 절박하고 처절하게 승리를 위해서 함께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단일 후보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여론조사 결과 발표 직후 “오세훈 후보를 지지해준 서울시민 여러분들에게 감사말씀 드린다”며 “우리 제1야당의 오세훈 후보가 그동안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가 후보 단일화로 되는 것이 상식이라 봤다. 정치에 상식이 통했다는 것을 이번 서울시민이 입증해준 것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오세훈, 19일의 반전(反轉)
오 후보가 안 후보를 누르고 단일후보로 선출된 건 ’19일의 반전(反轉)’으로 기억될만 하다. 오 후보는 처음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경선에 나올 때도 안 후보에게 “안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저는 출마하지 않겠다”며 이른바 ‘조건부 출마 선언'을 했다. 당시 안 후보의 지지율이 국민의힘 예비후보들보다 높았고, 당내에서도 ‘안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를 진행하자'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오는 상황이었다.
안 후보가 입당·합당 거절을 하면서, 오 후보는 이후 국민의힘 경선에 출마했지만, 당원 20% 일반시민 80%로 치러진 1차 컷오프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에게 다소 뒤지는 상황이었다. 지난 4일 시민여론조사 100%로 치러진 최종 경선에서 승리할 때도 따라서 ‘이변’이란 말을 들었다.국민의힘 관계자는 “중도를 향한 야권 지지층의 지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오 후보는 이후 안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나섰다. 단일화 협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여론조사 방법과 시기, 문항 등을 놓고 양당이 갈등을 빚으면서 단일화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초반에는 오 후보가 안 후보에게 다소 열세였다. 그러나 제1야당 국민의힘 쪽으로 여론과 세(勢)가 결집하면서 오 후보는 상승세를 보였다. 국민의힘 후보지만 상대적으로 중도에 가깝고, 젊은층과 무당층에게도 확장성이 있음을 내세운 것도 안 후보와의 경쟁에 주효했다. 지난 20일 오 후보가 유선전화 포함을 양보했고, 오 후보가 주장했던 ‘적합도’와 안 후보가 요구했던 ‘경쟁력’을 절충하면서 단일화 협상은 극적으로 타결됐다.
10년만에 도전하는 세번째 서울시장 선거
오 후보는 이제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맞붙는다. 오 후보로선 10년만에 세번째로 도전하는 서울시장 선거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 이어, 2010년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시장으로 일하면서 이라크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대표되는 ‘디자인 서울’, 세빛둥둥섬으로 기억되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을 펼쳤다. 2011년 8월 민주통합당의 전면적 무상급식 추진에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실시했으나, 유효 투표율 미달로 무효가 되자 사퇴했다. 오 후보가 시장직에 하차하고, 당시 무소속이었던 박원순이 서울시장 당선돼 10년 동안 서울 시장을 지냈다. 오 후보는 이에 여러 차례 “지난 10년 동안 많이 죄송했다”며 “박원순 10년 시정의 원죄(原罪)를 용서받을 수 있는 날을 준비해왔다”고 했다.
최근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오 후보는 민주당 박 후보를 앞서고 있다. 다만 여전히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무당층이 적지 않아 투표일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송혜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