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 소장 고서화 중 금고에 보관한 유일하게 작품"
"기부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기를 바란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세한도'는 집안의 가보였기에 소장한 고서화 305점 가운데 유일하고 금고에 보관했습니다. 어머님께서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세한도'도 기증하겠다고 말씀하셨을 때 '잘 결정하셨다'고 주저 없이 답했습니다."
손성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특별전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歲寒)·평안(平安)'이 열리고 있는 서울 이촌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자를 만나 "아버지께서 2018년 304점의 고서화를 국립박물관에 기증하면서 '세한도' 한 점만을 빼 두셔서 어떻게 하시려나 궁금했다"고 말했다.
손창근옹은 아흔살을 맞은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고서화 202건 304점을 조건 없이 기증했다. 이 문화재들은 손옹과 부친 고(故) 석포 손세기 선생(1903~1983)이 대를 이어 수집한 것들이다. 15세기 최초의 한글 서적 '용비어천가' 초간본(1447년)과 추사 김정희의 '불이선란도'를 비롯해 대표적인 한국 서화가인 정선, 심사정, 김득신 등의 작품과 오재순, 장승업, 흥선대원군 등의 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손성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와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감상하고 있다. 2021.3.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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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규 교수는 "2018년 304점을 기증하신 후에 1년여를 더 고민하셨다"며 "아무 작품이나 국보 중에 국보라는 별칭이 붙는 것은 아니지 않겠나, '세한도'를 저희 집안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자부심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한도'는 조선 후기 문인화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며, 전문가들로부터도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 가치를 지닌 '무가지보'(無價之寶)란 평가를 받고 있다. 추사 김정희가 유배 시절인 59세 때 그린 작품이다.
손창근옹은 '세한도'를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이에 손옹은 정부로부터 문화훈장 중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고, 지난해 12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청와대도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손 교수 부부도 함께 했다.
손 교수는 "'세한도'는 소장한 고서화 가운데 유일하고 금고에 보관한 작품"이라며 "부친께서는 다른 유물을 집의 옷장이나 가구 속에 보관하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어려서 당시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며 "부친께서 거실이나 할아버지 방에 고서화를 걸어 두고 사셨고 어느 기간 지나면서 고서화를 바꿔 다시곤 했다"고 전했다.
그는 "부모님께서 모으신 재산을 다른 곳에 쓰지 않고 문화재 보호를 위해 고서화 수집에 집중하셨다"며 "개성분들이셔서 이면지를 평생 활용할 만큼 돈을 헤프게 쓰는 것을 싫어하셨다"고도 말했다.
국보 제180호인 '세한도' 세한도는 조선 후기 문인화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며 추사 김정희가 유배시절인 59세 때 그렸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뉴스1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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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교수는 아버지를 존경한다며 기부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기를 바랐다. 그는 "최근 카카오의 김범수의장, 배민의 김봉진 대표 등 젊은 기업가분들이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혀서 기쁘다"며 "흑수저로 살다가 힘들게 창업했던 분들이 우리 사회에 모두가 더불어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맥락"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도 어렵게 사시면서 한푼 두푼 모으신 쌈짓돈을 이웃을 위해서 내놓는 분들이 계신데 이런 분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살맛나는 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버님의 선행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하기에 자식된 입장이지만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병찬 중앙박물관장은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높이기 위해 손 교수와 환담을 나누며 특별전을 함께 관람하기도 했다. 손창근옹이 기증한 세한도와 불이선란도 등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특별전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평안'은 오는 4월4일까지 이어진다.
손성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1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3.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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