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진압에 인명피해 속출…헌법에 군부 권한 막강
총 맞아 숨진 18세 의대생 칸 네이 하잉의 어머니(오른쪽).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들이 연일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대낮에 집에 있는 여고생을 저격해 숨지게 한 데 이어, 같은날 시민들의 재산을 약탈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반군부 세력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는 "더는 평화 시위만으로 시민들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해 소수민족 무장혁명조직과 연대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요. 이들은 "우리는 함께 연방 연합을 건설할 것"이라며 "악을 우리의 단결된 손으로 물리쳐야 한다"고 항거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처럼 미얀마 군부들의 강경진압에 따른 인명피해가 속출하면서 국제사회도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습니다.
EU(유럽연합)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얀마 군부에 추가 제재를 진행한 데 이어, 한국 정부도 미얀마 측과의 국방 및 치안분야 신규 교류 및 협력을 중단했습니다.
UN(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도 폭력을 행사하는 군부를 상대로 규탄하며 현재 구금 중인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우 윈 민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촉구했죠.
미국 역시 쿠데타 주역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총사령관의 가족과 이들 소유 사업체 6곳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
하지만 이러한 제재가 한계에 부딪힐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주도의 제재는 미얀마의 친(親)중국화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제재로 인한 피해가 미얀마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이 가운데 중국이 미얀마와의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경제협력 심화를 중시하고 있어 내정불간섭 원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가 현지 상황에 개입하거나, 제재에 동참하는 것에 대해 중국은 꺼리는 모습입니다. 러시아, 베트남, 인도 등도 미온적인 반응이죠.
◇현지 시민들, 방패 꺼내고 촛불 들고 나오지만…
그래픽=안나경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현지 시민들은 쿠데타 군부에 저항하며 연일 거리로 나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부의 권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행 미얀마 헌법에선 군부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하원 의석 25%가 군부로 할당되도록 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헌법 개정 요건을 '양원 의석의 75% 이상'으로 규정해 사실상 군부가 동의하지 않는 한 개헌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죠.
뿐만 아니라 국방부·내무부·국경경비대 등 군 총사령관의 3개 부처 장관 지명 권한도 군부에 있습니다. 여기에 '직계가족이나 배우자 중 외국인이 있으면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는 규정도 있어 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 대신 민주화 투쟁 동지인 틴초가 출마해 대통령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7일 양곤 시내에서 젊은이들이 현지 군경들에 의해 구타를 당하고 있는 모습이 현지 한 프리랜서 기자로부터 공개됐다. 트위터 캡처 |
이 때문에 수지 고문도 군부의 권한을 축소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군부의 반대에 번번이 제약을 받았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수지 고문이 2020년 3월 군부의 의석수를 15년간 단계적으로 축소하려는 개헌안을 마련하려고 하자, 군부는 크게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아웅산 수지 정부가 2020년 11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둡니다. 지난 2015년 총선에서도 대승을 거둬 53년 만에 군부 통치를 끝낸데 이어 다시 한 번 현지 시민들의 지지를 얻은 셈입니다. 제 2의 문민정부가 탄생한 것이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군부는 지난 2월 전격 쿠데타를 강행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총선이 일부 지역 및 소수민족에 대한 참정권 박탈, 다수의 유권자 이중등록 등을 근거로 부정선거라며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이와 함께 수지 고문과 윈 민 대통령, 정부 인사들을 구금했죠.
군부는 1년 후 새로운 총선을 실시해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지 시민들은 어렵게 찾은 민주주의를 다시 빼앗기고 싶어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시민들이 무차별로 폭행하고 실탄을 쏘는 군부들에 저항하며 방패를 꺼내들고 촛불을 드는 이유입니다.
미얀마의 봄은 다시 올 수 있을까요. 국제사회의 많은 관심이 필요해 보이는 국면입니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