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신간]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악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 지음. 성원 옮김.

미국의 가정폭력 전문가인 저자가 축소, 은폐되는 가정폭력의 현실을 파헤친 책.

저자는 먼저 2001년 미국 몬태나주에서 일어난 일가족 살해 사건 속으로 들어가면서 무엇을 놓쳐서 비극을 막지 못했는지 살펴본다.

로키는 아내 미셸과 7살 딸, 6살 아들을 차례로 총을 쏘고 마지막 총알을 자신에게 쐈다. 이 비극은 로키의 폭력이 진화한 결과다. 미셸은 10대 때 로키를 만나 혼전 임신을 했고 성인이 되기 전 두 아이를 낳았지만, 유모차를 밀며 고등학교를 마칠 정도로 착실했다. 반면 로키는 아내를 웃게 하고, 아이들과 함께 썰매도 즐겼지만, 동시에 마약 중독자이자 기이한 행각을 벌이는 학대자였다.

미셸은 로키의 폭력이 진화하자 위험에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무위로 끝나고 만다. 아이들을 어머니 집으로 보내고 접근금지명령을 신청하자 로키는 무단으로 침입해 장모와 처제를 공격하고, 딸을 납치했다. 그러나 경찰에 체포된 로키는 며칠 만에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다. 이는 미셸에게 '시스템은 너의 안전보다 나의 자유를 더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 사건에서 사람들은 "왜 그 여자는 그 남자랑 헤어지지 않은 거야?"라는 질문을 한다면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그녀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했다. 시도하고 또 시도했지만, 문제는 떠나느냐 남느냐가 아니다. 사느냐 죽느냐다"라며 "그들이 떠나지 않은 것은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죽었다"고 말한다.

책은 또 가정폭력 가해자 사례도 취재해 들려준다.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비폭력 학습 프로그램을 다루면서 저자는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가해자를 위한 교육과 상담, 지원에 관해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저자의 결론은 "가정폭력 문제는 너무 어마어마하고 인생은 워낙 부서지기 쉽기 때문에 테이블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모든 것을, 모든 생각을 다 시도해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공사. 487쪽. 1만9천800원.

연합뉴스



▲ 악취 = 강그루 지음.

미성년자의 성착취 경험을 자전적으로 기록한 책. 강그루라는 가명의 저자는 가정폭력을, 성추행을, 학교폭력을, 성매매를, 성폭행을, 데이트폭력을 겪고, 당하고, 지켜보고, 저지르고, 당하고 당한 사람이다.

저자가 조건만남을 시작한 고교 시절에 일기를 남겼고, 10년 후 고통스러운 기억을 되살리며 당시의 일들을 상세히 기록했다. 자신의 과거가 추해서 '악취'가 난다는 저자는 누군가에겐 자신의 악취가 경고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위로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책을 냈다고 한다.

글항아리. 224쪽. 1만3천500원.

연합뉴스



justdust@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