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백신 생산국 문호 개방 수준, 수출에 반영"
영국 "근거 없는 비방…EU, 벼랑 끝 전술 펼쳐"
[브뤼셀=AP/뉴시스]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코로나19 백신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우리는 백신 생산국의 문호 개방 수준을 (백신 수출에) 반영하겠다"며 "이는 유럽이 공정한 몫의 (백신을) 차지하도록 하는 방법이다"고 주장했다. 즉 백신을 수출하지 않는 국가에는 EU 역시 백신을 수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2021.03.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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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확보를 놓고 유럽연합(EU)과 영국이 다시 맞붙었다. EU는 '공정한 몫'의 백신을 EU 회원국에 돌려주기 위해 역내에서 생산된 백신의 수출 금지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영국은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EU가 놀라운 발상을 했다며 비난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 ITV 등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EU에 충분한 양의 백신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백신을 생산하는 국가들에 많은 것을 수출했다. 우리는 이를 '개방'을 위한 초대라고 생각했고 결국 그들의 수출 물품은 EU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는 우리보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가 우리에 충분한 수출을 하고 있는지 반추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영국, 미국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이 자국에서 생산되는 백신을 독점해 EU에 공급될 물량이 부족해졌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백신을 공급하고, 계약을 확대하고, 수출의 상호성과 비례성을 따지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백신 생산국의 문호 개방 수준을 (백신 수출에)반영하겠다"며 "이는 유럽이 공정한 몫의 (백신을)차지하도록 하는 방법이다"고 주장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의 발언에는 특정 국명이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 매체들은 그의 발언을 놓고 사실상 영국을 향한 '은근한 위협'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EU는 역내에서 생산된 백신 1000만 회분을 영국에 수출했으나, EU에 대한 영국의 수출 물량은 부족하다고 꼬집은 바 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며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의 경고에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유럽의 친구들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우리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동안 합법적으로 계약된 (백신)수출량을 줄이거나 방해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EU)은 영국이 법적 계약된 공급량을 제한했다는 어떠한 계획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근거로 영국을 비방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라브 장관은 "사실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도 놀랍다. 영국과 EU는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않은 국가들이 이 같은 벼랑 끝 전술을 구현할 때 협력해 대응했다"고 말했다. EU의 주장은 비(非)민주주의 국가들의 벼랑 끝 전술과 다름 없다는 뜻이다.
AZ 백신 공급을 둘러싼 영국과 EU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EU는 지난 1분기 AZ가 EU 백신 공급량을 줄이겠다고 통보하자 백신 수출을 막기 위한 법 개정까지 나섰다. AZ가 이후 백신 추가 공급을 약속하며 갈등은 일단락됐으나, 여전히 EU가 확보한 백신은 당초 약속했던 물량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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