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서울시는 고인과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분향소를 검소하게 마련했으며 화환과 조기(弔旗)는 따로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2020.7.12/사진제공=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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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명명했던 그 의원들에 대해서 직접 저에게 사과하도록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따끔하게 혼내줬으면 좋겠다. 지금 선거캠프에는 저를 상처 줬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의원들에 대한 민주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 A씨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시선은 '피해호소인이라 명명했던 민주당 의원들'로 모아진다. 이들 중 현재 박영선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남인순(공동선대본부장)·진선미(공동선대본부장)·고민정(대변인) 의원으로 좁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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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과 극단적 선택…이어진 "피해호소인" 표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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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9일 박원순 전 시장이 목숨을 끊었다. 전직 비서인 A씨가 성추행 혐의로 자신을 고소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해들은 후였다. 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듬해 1월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 A씨에 대한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14일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와 비방, 모욕과 위협이 있었던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 피해 호소 여성이 느꼈을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해찬 당시 대표 등 민주당 핵심인사들도 같은 달 15일 '피해호소인' 용어를 쓰며 사과 의사를 밝혔다. '피해자'가 아닌 '피해호소인' 용어가 적절한 지 여부가 곧바로 논란이 됐다. 박 전 시장이 무책임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시점에서 성추행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듯한 용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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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호소인' 어떻게, 왜 탄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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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근절대책 태스크포스(TF) 단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젠더폭력근절TF 전문가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5.13/사진제공=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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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야당은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이 '피해호소인' 논의를 주도했다고 지목했다. '피해자'로 부르자는 일각의 주장이 나올 때 박 전 시장과 각별한 사이였고, 여성운동을 이끌어온 남인순·진선미 의원 등이 '피해호소인'을 강력하게 고수했다는 것이다. 고민정 의원은 "피해자로 규정하기 이르다"고 하며 '피해호소인'에 힘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에서는 "아직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혹은 "박원순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는 말들이 나왔다. 박 전 시장을 '성추행 가해자'로 단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실제 박 전 시장의 장례는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 간 치러졌다.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은 당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잘 모르겠다", "맑은 분이었기 때문에 세상을 하직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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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호소인 3인방', 박영선 캠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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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시장이 목숨을 끊으면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리게 됐다. 민주당은 소속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인해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뒤집고 서울시장 후보를 내기로 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후보로 나섰다.
'피해호소인' 논의를 이끈 남인순·진선미 의원은 공동선대본부장, 고민정 의원은 대변인으로 '박영선 캠프'에 몸 담았다. 이들 중 '피해호소인'에 대해 사과의사를 밝힌 인물은 남 의원 한 명이다.
진 의원과 고 의원은 해당 이슈를 거론한 바 없다. 남 의원 조차 피해자 A씨의 고소 예정 사실을 박 전 시장 측에 '흘린' 것으로 지목됐다. 남 의원은 "불미스러운 이야기가 돈다고 물었을 뿐 유출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 의원은 박영선 캠프를 소개하며 "여성들이 주요 요직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우리 세상이 한 단계 나아졌다는 걸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해자의 메시지를 낭독하고 있다. 2021.3.17/사진제공=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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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직접적으로 '피해호소인' 명명 의원들에 대한 사과를 요구함에 따라 이들 의원들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야당의 사퇴 요구는 거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양심이 있다면 피해호소인 3인방을 선거 캠프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하자 박 후보는 "쫓아내라는 말은 가부장적인 여성비하 발언"이라고 받아쳤다.
피해자 A씨에 대해 사과의사를 밝혔던 박 후보는 박 전 시장에 대해 "한국 복지체계를 선도했다고 할 정도로 그 정책은 잘했다"고 말했다.피해자 A씨는 17일 "박 전 시장의 위력이 여전하다. 전임 시장의 업적에 대해 박수치는 사람들의 행동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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