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앵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조금 전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습니다. 최근 대검이 '무혐의' 결론을 내렸죠. 한명숙 전 총리의 모해위증 교사 사건에 대해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열어서 다시 심의하라고 지시한 겁니다. 허위증언을 강요받았다고 지목된 A씨의 공소시효가 오는 22일로 끝나는데요. 박 장관은 그전까지 입건과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당부했습니다. 관련 내용, 조익신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 박범계 '한명숙 모해위증' 사건, 수사지휘권 발동 >
한명숙 전 총리가 교도소에 수감되던 그 날. 지지자들은 하얀 백합꽃을 건넸습니다. 백합의 꽃말, 순결이죠. 당신의 결백을 믿는다는 의미였습니다.
[한명숙/전 국무총리 (2015년 8월) : 저는 여러분과 이제 안녕을 고하고 교도소로 들어갑니다. 국민 여러분, 한명숙의 진실이 뭔지 알고 있으시죠. 진실은 그 시대에 금방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우리가 만들 때, 그 진실은 언제든지 밝혀지는 것입니다.]
[죄수 H (화면제공 : 뉴스타파 / 본인 음성) : (진술연습을 할 때 (검찰이) 딱 써놓은 대로 이렇게 연습을 시키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딱 걔네들이 작성해놓은 대로 연습을 했고 중요한 건 1048호(영상녹화실)에서 3자가 같이 모였어요. 최○○하고 김○○하고 저. 말이 틀리니까. 그래서 말을 거기다 같이 맞춰요. 검찰이 PC에다 써주는 대로 베꼈고 그걸 확대하고 재생산해서 만든 것들이다. 걔네들도 그러고 저도 그랬어요.]
[김태년/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난해 5월 20일) : 이 모든 정황은 한명숙 전 총리가 검찰의 강압수사와 사법농단의 피해자임을 가리킵니다. 법무부와 검찰에 요구합니다. 사법부의 명예를 걸고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일에 즉시 착수하기 바랍니다.]
법무부엔 당시 검찰 수사팀이 거짓 증언을 강요했다는 진정도 접수됐는데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검찰에 철저한 조사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조사 주체를 놓고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해당 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을 하자,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반기를 든 겁니다. "감찰부가 사건을 맡고 있다"며 인권감독관실에 항의성 공문까지 보냈는데요. 이를 두고 항명이다, 아니다 검찰 내부에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결국 추미애 전 장관이 임기 첫 수사지휘권을 행사했습니다. 이른바 '추-윤 갈등'의 본격적인 시작이었습니다.
사건을 대검 감찰부로 돌린 추 전 장관. '원포인트' 인사였죠? 임은정 부장검사를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령하며, 힘을 실었습니다. 추 전 장관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임 연구관에게 이례적으로 수사권을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김도읍/국민의힘 의원 (지난달 22일) : 대검연구관이 수사권을 갖기를 희망을 하면 다 그냥 예, 수사권한을 줍니까?]
[박범계/법무부 장관 (지난달 22일) : 더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면 그거 자체가 여러 가지 억측을 낳게 되고, 인사상의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범계/법무부 장관 (지난달 22일) : 그렇게 구체적으로 답변드리지 않았습니다 의원님.]
당시 임 연구관은 "여전히 첩첩산중이지만, 등산화 한 켤레는 장만한 듯 든든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어렵게 구한 이 등산화, 제대로 신어보진 못한 듯싶습니다. 지난 3일이었죠? 해당 사건에서 직무 배제됐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반면, 대검에선 애초에 임 연구관에게 사건을 배당한 적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그리고, 지난 5일 대검이 발표한 최종 결론.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사건 조사에 참여했던 검사들 전원의 의견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이번 감찰 업무와 무관한 검찰연구관 6명의 의견도 따로 청취를 했는데, 모두 무혐의였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최강욱/열린민주당 의원 (어제) : 감찰부장이나 그 관련된 감찰 연구관이나 이런 사람들이 다 참여한 상태에서 (무혐의 결정이) 이뤄진 겁니까?]
여권에선 박 장관이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는데요.
[추미애/전 법무부 장관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지난 12일) : 증인을 모의훈련을 많이 시켜가지고 위증하게끔 검사가 한 거잖아요. 이걸 그때의 재소자들이 용기 있게 진정, 고발까지 했는데 이걸 덮고 간다. 또 공소시효를 노려서 수사를 덮는다, 하는 것은 또 다른 범죄를 낳는 것이고요. 박범계 장관께서 좌고우면 없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시지 않을까, 이렇게 예측합니다.]
6000페이지에 이르는 수사 기록을 자세히 살펴봤다는 박 전 장관. 결국 결심을 굳혔습니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대검 부장회의를 개최해, 혐의 유무와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며 수사지휘권을 행사했습니다.
[이정수/법무부 검찰국장 : 대검 감찰부장은 작년 9월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령난 임(은정) 검사에게 본건의 조사를 지시해서, 사건 담당자로서 조사를 진행해왔습니다. 그런데 대검은 수사권한이 있는 직무대리 근무명령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대검은 감찰 3과장의 주임 검사로 새로 지정을 하게 됩니다. 그 후에 직접 조사에 참여하지 아니한 대검 연구관들 회의를 거쳐 3월 5일 이 사건이 종결 처리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을 볼 때 대검이 실체 진실 발견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장관 취임 이후 첫 수사지휘권 행사인데요. 사실상 대검에 이번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지시한 겁니다. 윤 전 총장이 서초동을 떠난 뒤, 법무부와 검찰 사이의 갈등이 잠시 소강상태를 맞았었는데요. 법조계에선 또다시 냉랭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다만, 박 장관이 직접 기소를 지시하진 않았다는 점에서 검찰에 '절충안'을 제시한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민주당 시장 선출, 두렵다" >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가 직접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그동안 변호인이나 편지를 통해 본인의 입장을 밝혔었는데요. 이번엔 직접 목소리를 낸 겁니다.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 252일 만의 일입니다.
피해자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는데요. 박 전 시장을 그분이라고 칭하며, 그동안의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송란희/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대독 : 그분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저를 괴롭힐 때에 그들의 이념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고 저를 괴롭히는 일에 동조하도록 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합니다.]
"극단의 선택에 피해자가 바뀌었다"며 "이 사건의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본인"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방어권을 포기한 건 상대방"이라며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고인이 살아서 법적 절차를 밟았다면, 조금 더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졌을 것"이라면서 말입니다.
정치권, 특히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는 겁니다. 그동안 민주당이 내놨던 사과들.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 '목적어'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낙연/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1월 27일) : 피해자와 가족들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피해자께서 2차 피해 없이 일상을 회복하실 수 있도록 저희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영선/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지난 8일) : 오늘 여성정책 미팅에 앞서서 먼저 박원순 전 시장 관련 피해 여성께 다시 한번 진심 어린 사과를 제가 대표로 대신 드립니다. 피해자분께서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오실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민주당은 '피해호소인'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었죠?
[이해찬/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해 7월 15일) : 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가 사건 경위를 철저하게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남인순/당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지난해 7월 15일) : 젠더폭력대책TF위원장으로서 반복된 사건에 무거운 책임감 느낍니다. 무엇보다 피해 호소인이 현재 느끼고 있을…]
집권여당의 잘못된 용어 사용 때문이었을까요. 이런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JTBC '뉴스룸' (지난해 9월 14일) : MBC가 신입 취재기자 입사 시험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를 어떻게 부를 건지에 대한 문제를 냈다가 논란이 일자 결국 사과했습니다. 시험도 다시 치르기로 했습니다.]
피해자는 박영선 후보를 콕 짚어,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는데요. "본인을 피해호소인이라고 했던, 그 의원들이 직접 사과하도록 따끔하게 혼내달라"는 겁니다. "박영선 캠프에 본인을 상처줬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아마 이런 이유인 듯합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지난 8일) : 박영선 후보의 진정성 없는 사과에 분노합니다. 양심이 있으면 '피해 호소인' 3인방 남인순(공동선대본부장), 진선미(공동선대본부장), 고민정(대변인) 세 사람 캠프에서 쫓아내야 합니다.]
박영선 후보, '성인지 감수성'만큼은 꽤나 예민한 분입니다.
[박영선/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지난 10일) : 쫓아내라고 얘기하셨죠? 저는 이 쫓아내라는 단어를 들으면서 남성 우위의 가부장적, 여성 비하 발언이다, 라고 느꼈습니다.]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상처주었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고도 했습니다. 민주당이 사과의 목적어는 흐렸지만,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만큼은 분명히 했었죠? 적어도 피해자가 바라는 명확한 사과와 책임있는 조치는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민주당 시장 선출, 두렵다" >
조익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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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조금 전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습니다. 최근 대검이 '무혐의' 결론을 내렸죠. 한명숙 전 총리의 모해위증 교사 사건에 대해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열어서 다시 심의하라고 지시한 겁니다. 허위증언을 강요받았다고 지목된 A씨의 공소시효가 오는 22일로 끝나는데요. 박 장관은 그전까지 입건과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당부했습니다. 관련 내용, 조익신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 박범계 '한명숙 모해위증' 사건, 수사지휘권 발동 >
한명숙 전 총리가 교도소에 수감되던 그 날. 지지자들은 하얀 백합꽃을 건넸습니다. 백합의 꽃말, 순결이죠. 당신의 결백을 믿는다는 의미였습니다.
[한명숙/전 국무총리 (2015년 8월) : 저는 여러분과 이제 안녕을 고하고 교도소로 들어갑니다. 국민 여러분, 한명숙의 진실이 뭔지 알고 있으시죠. 진실은 그 시대에 금방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우리가 만들 때, 그 진실은 언제든지 밝혀지는 것입니다.]
그동안 여권에선 한 전 총리는 아픈 손가락이었습니다. 정치적 희생을 당했다는 '공감대'가 강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이른바 '한만호 비망록'이 공개가 됐죠?
[죄수 H (화면제공 : 뉴스타파 / 본인 음성) : (진술연습을 할 때 (검찰이) 딱 써놓은 대로 이렇게 연습을 시키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딱 걔네들이 작성해놓은 대로 연습을 했고 중요한 건 1048호(영상녹화실)에서 3자가 같이 모였어요. 최○○하고 김○○하고 저. 말이 틀리니까. 그래서 말을 거기다 같이 맞춰요. 검찰이 PC에다 써주는 대로 베꼈고 그걸 확대하고 재생산해서 만든 것들이다. 걔네들도 그러고 저도 그랬어요.]
[김태년/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난해 5월 20일) : 이 모든 정황은 한명숙 전 총리가 검찰의 강압수사와 사법농단의 피해자임을 가리킵니다. 법무부와 검찰에 요구합니다. 사법부의 명예를 걸고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일에 즉시 착수하기 바랍니다.]
법무부엔 당시 검찰 수사팀이 거짓 증언을 강요했다는 진정도 접수됐는데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검찰에 철저한 조사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조사 주체를 놓고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해당 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을 하자,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반기를 든 겁니다. "감찰부가 사건을 맡고 있다"며 인권감독관실에 항의성 공문까지 보냈는데요. 이를 두고 항명이다, 아니다 검찰 내부에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결국 추미애 전 장관이 임기 첫 수사지휘권을 행사했습니다. 이른바 '추-윤 갈등'의 본격적인 시작이었습니다.
[추미애/당시 법무부 장관 (지난해 6월 18일) : 대검 스스로가 감찰을 이끄는 감찰부장을 외부 인사로 해서 잘한 것이다, 라고 명분을 삼아놓고 그것을 회피함으로써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그런 관례를 만들어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시정이 돼야 된다, 라고 생각하고요. 그것을 시정하는 조치를 밟도록 하겠습니다.]
사건을 대검 감찰부로 돌린 추 전 장관. '원포인트' 인사였죠? 임은정 부장검사를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령하며, 힘을 실었습니다. 추 전 장관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임 연구관에게 이례적으로 수사권을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김도읍/국민의힘 의원 (지난달 22일) : 대검연구관이 수사권을 갖기를 희망을 하면 다 그냥 예, 수사권한을 줍니까?]
[박범계/법무부 장관 (지난달 22일) : 더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면 그거 자체가 여러 가지 억측을 낳게 되고, 인사상의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도읍/국민의힘 의원 (지난달 22일) : 결국은 한명숙 전 총리 위증교사 사건 감찰을 하는데 그 사건 기소를 위해서 인사발령이 됐다. 예?]
[박범계/법무부 장관 (지난달 22일) : 그렇게 구체적으로 답변드리지 않았습니다 의원님.]
당시 임 연구관은 "여전히 첩첩산중이지만, 등산화 한 켤레는 장만한 듯 든든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어렵게 구한 이 등산화, 제대로 신어보진 못한 듯싶습니다. 지난 3일이었죠? 해당 사건에서 직무 배제됐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반면, 대검에선 애초에 임 연구관에게 사건을 배당한 적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그리고, 지난 5일 대검이 발표한 최종 결론.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사건 조사에 참여했던 검사들 전원의 의견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이번 감찰 업무와 무관한 검찰연구관 6명의 의견도 따로 청취를 했는데, 모두 무혐의였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최강욱/열린민주당 의원 (어제) : 감찰부장이나 그 관련된 감찰 연구관이나 이런 사람들이 다 참여한 상태에서 (무혐의 결정이) 이뤄진 겁니까?]
[박범계/법무부 장관 (어제) : 한동수 감찰부장이나 임은정 정책 연구관을 참여시킨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그런 보고는 받지 못했습니다.]
여권에선 박 장관이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는데요.
[추미애/전 법무부 장관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지난 12일) : 증인을 모의훈련을 많이 시켜가지고 위증하게끔 검사가 한 거잖아요. 이걸 그때의 재소자들이 용기 있게 진정, 고발까지 했는데 이걸 덮고 간다. 또 공소시효를 노려서 수사를 덮는다, 하는 것은 또 다른 범죄를 낳는 것이고요. 박범계 장관께서 좌고우면 없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시지 않을까, 이렇게 예측합니다.]
6000페이지에 이르는 수사 기록을 자세히 살펴봤다는 박 전 장관. 결국 결심을 굳혔습니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대검 부장회의를 개최해, 혐의 유무와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며 수사지휘권을 행사했습니다.
[이정수/법무부 검찰국장 : 대검 감찰부장은 작년 9월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령난 임(은정) 검사에게 본건의 조사를 지시해서, 사건 담당자로서 조사를 진행해왔습니다. 그런데 대검은 수사권한이 있는 직무대리 근무명령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대검은 감찰 3과장의 주임 검사로 새로 지정을 하게 됩니다. 그 후에 직접 조사에 참여하지 아니한 대검 연구관들 회의를 거쳐 3월 5일 이 사건이 종결 처리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을 볼 때 대검이 실체 진실 발견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장관 취임 이후 첫 수사지휘권 행사인데요. 사실상 대검에 이번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지시한 겁니다. 윤 전 총장이 서초동을 떠난 뒤, 법무부와 검찰 사이의 갈등이 잠시 소강상태를 맞았었는데요. 법조계에선 또다시 냉랭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다만, 박 장관이 직접 기소를 지시하진 않았다는 점에서 검찰에 '절충안'을 제시한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민주당 시장 선출, 두렵다" >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가 직접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그동안 변호인이나 편지를 통해 본인의 입장을 밝혔었는데요. 이번엔 직접 목소리를 낸 겁니다.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 252일 만의 일입니다.
피해자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는데요. 박 전 시장을 그분이라고 칭하며, 그동안의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송란희/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대독 : 그분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저를 괴롭힐 때에 그들의 이념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고 저를 괴롭히는 일에 동조하도록 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합니다.]
"극단의 선택에 피해자가 바뀌었다"며 "이 사건의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본인"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방어권을 포기한 건 상대방"이라며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고인이 살아서 법적 절차를 밟았다면, 조금 더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졌을 것"이라면서 말입니다.
정치권, 특히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는 겁니다. 그동안 민주당이 내놨던 사과들.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 '목적어'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낙연/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1월 27일) : 피해자와 가족들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피해자께서 2차 피해 없이 일상을 회복하실 수 있도록 저희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영선/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지난 8일) : 오늘 여성정책 미팅에 앞서서 먼저 박원순 전 시장 관련 피해 여성께 다시 한번 진심 어린 사과를 제가 대표로 대신 드립니다. 피해자분께서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오실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민주당은 '피해호소인'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었죠?
[이해찬/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해 7월 15일) : 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가 사건 경위를 철저하게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남인순/당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지난해 7월 15일) : 젠더폭력대책TF위원장으로서 반복된 사건에 무거운 책임감 느낍니다. 무엇보다 피해 호소인이 현재 느끼고 있을…]
집권여당의 잘못된 용어 사용 때문이었을까요. 이런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JTBC '뉴스룸' (지난해 9월 14일) : MBC가 신입 취재기자 입사 시험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를 어떻게 부를 건지에 대한 문제를 냈다가 논란이 일자 결국 사과했습니다. 시험도 다시 치르기로 했습니다.]
피해자는 박영선 후보를 콕 짚어,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는데요. "본인을 피해호소인이라고 했던, 그 의원들이 직접 사과하도록 따끔하게 혼내달라"는 겁니다. "박영선 캠프에 본인을 상처줬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아마 이런 이유인 듯합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지난 8일) : 박영선 후보의 진정성 없는 사과에 분노합니다. 양심이 있으면 '피해 호소인' 3인방 남인순(공동선대본부장), 진선미(공동선대본부장), 고민정(대변인) 세 사람 캠프에서 쫓아내야 합니다.]
박영선 후보, '성인지 감수성'만큼은 꽤나 예민한 분입니다.
[박영선/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지난 10일) : 쫓아내라고 얘기하셨죠? 저는 이 쫓아내라는 단어를 들으면서 남성 우위의 가부장적, 여성 비하 발언이다, 라고 느꼈습니다.]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상처주었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고도 했습니다. 민주당이 사과의 목적어는 흐렸지만,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만큼은 분명히 했었죠? 적어도 피해자가 바라는 명확한 사과와 책임있는 조치는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민주당 시장 선출, 두렵다" >
조익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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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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