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이브루티닙이 알츠하이머도 치료, 국내 연구진 입증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이브루티닙의 알츠하이머병 병인조절 기전. /자료=한국뇌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항암제 이브루티닙(Ibrutinib)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와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높은 발병률에 비해 명확한 치료방법이 없던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한국뇌연구원은 17일 허향숙 박사 연구팀이 경북대 의대 석경호 교수 연구팀과 동물실험한 결과 항암제 이브루티닙(Ibrutinib)이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인자인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과 타우 인산화(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사슬에 인산이 붙는 현상)를 모두 감소시키는 현상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이브루티닙은 백혈구의 일종인 B-세포 림프종 치료에 쓰이는 대표적 항암제다. 이브루티닙의 염증반응 억제 효과는 다수의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됐지만, 알츠하이머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번 연구로 처음 발견됐다.

이브루티닙은 비아밀로이드 생성 경로를 촉진해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감소시키고 CDK(단백질 키나제 계열로 세포주기를 조절) 인산화 활성을 조절해 타우 병변을 조절했다. 연구팀은 기억력, 학습력과 밀접한 신경돌기 생성이 PI3K(세포 성장, 증식, 분화, 운동성, 생존 등 세포 기능에 관여하는 효소군) 인산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번 연구성과는 기존 약물의 새로운 타깃을 설정하는 '신약 재창출기법'으로, 향후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제로서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허향숙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로 알츠하이머의 여러 병리 기전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멀티 타깃 약물로 이브루티닙의 가능성을 밝혀냈다"며 "후속 연구로 퇴행성 뇌질환의 병리기전 조절에 효과가 있는 약물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한국뇌연구원 기관고유사업',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과제'의 도움으로 수행되었으며, 국제학술지 '노화세포'(Aging cell)에 16일자로 게재됐다.

한국뇌연구원 이현주 연구원, 허향숙 책임연구원, 강리진, 김지은, 전성각 연구원(사진 왼쪽부터)은 항암제 이브루티닙이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인자인 아말로이드 베타 축적과 타우인산화를 모두 감소시키는 현상을 밝혀냈다. /사진=한국뇌연구원

한고은 기자 doremi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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