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선 과제로 부동산 꼽아
"나도 진보 좌파인데…부동산 정책에 마음 돌아섰다"
집값 폭등에 정권교체 생각
LH사태, "이전 정부부터 만연했던 비리"
현정부·여권 지지세도 여전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금보령 기자, 박준이 기자]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서울 시민들의 표심은 ‘정권교체 바람’과 ‘콘크리트 지지’ 사이에서 엇갈렸다.
지난 15일 오후 강남·강북·여의도 도심을 돌며 20~9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 유권자들을 만나 차기 시장후보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지역·연령별 관심사에 따라 지지하는 후보는 달랐지만, 이번 선거가 현 정부의 ‘중간평가’이자 내년 대선 방향을 정할 중요한 선거라고 봤다. 또 주거안정을 차기 시장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선거를 가를 핵심변수로 부동산 문제를 꼽았다.
사진설명= 15일 재개발·재건축 기대가 큰 여의도 아파트 전경.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기대가 큰 강북과 여의도는 특히 야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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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도봉구 쌍문동에서 만난 정모(57)씨는 "민생 관련 공약을 잘 세우는 후보가 필요하다"며 "집값이 너무 올라 서민들은 갈수록 힘들다"고 말했다. 주택유무로 빈부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선수촌에 거주하는 신모(90)씨도 "아들도 이곳을 17억원 주고 샀는데 지금은 30억원이 넘는다"며 "집값이 이렇게 오르니 젊은 층들이 집을 장만할 수가 있겠는가. 지난 대선 때 여당을 지지했던 아들 내외도 요새 정부에 대해 못마땅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불만은 문 정부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30~40대에서도 나타났다.
대방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모(45)씨는 "진보 좌파였던 정치 성향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실망해 마음이 돌아섰다"며 "이번 선거는 현 정부를 평가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부동산 실책을 표로 평가하겠다고 벼렀다. 오는 5월 결혼을 앞둔 김모(33)씨는 "임대차 3법 시행 전 3억원대였던 전셋값이 4억원대로 올랐다"며 "집값 폭등을 체감해보니 서울시장부터 정권 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기대가 큰 강북과 여의도에서 야당 후보에 대한 지지 발언이 많이 나왔다. 여의도서 세 아이를 키우는 진모(45)씨는 "지난 10년간 선거 때마다 여의도 통개발, 한강변 스카이라인 등 말만 무성했는데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준다는 후보에게로 표가 쏠릴 것"으로 내다봤다.
야당 지지자들은 ‘중도층 흡수’와 ‘정당 세력’을 이유로 표가 갈렸지만, 대체로 단일화가 이뤄지면 해당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야당 후보 누가 나오든지 여당만 아니면 된다"는 얘기도 나왔다.
최근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사태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냐는 질문에는 다수가 "그렇다"고 했다. 공기업 취업준비생인 나모(25)씨는 "현 정부의 핵심가치인 ‘적폐청산’ ‘공정’을 무너뜨린 사건이 LH"라면서 "후속 대처 방식에 따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여의도에서 만난 김모(61)씨는 "박근혜 정부 때 촛불집회까지 나갔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그렇게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는데 실망감이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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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여당 지지자들은 이번 LH사건이 현 정부의 문제가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상계동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45)씨는 "집값 상승은 투기꾼 탓이지 정부 탓이 아니다"라며 "LH사건도 이전 정부 때부터 만연했던 비리"라고 지적했다. 같은 지역의 류모(77)씨도 "그동안 곪은 게 터진 것"이라며 "선거와는 별개 이슈고, 야당이 단일화 한다고 해도 결국 여당 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주부 장모(57)씨는 "각자의 이익만 추구하다 보니 부동산 정책에 불만이 많이 나오지만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도기"라면서 "이번 LH건도 어느 시대에 있었을 법한 비리"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LH사태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수사결과에 따른 처벌도 명명백백 이뤄지면 선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유모(32)씨는 "그동안 공공연했던 비리가 표면에 드러난 건지, 이번 정부에 생긴 문제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판세를 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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